이탈리아가 영원할 수 있는 이유(1)
이탈리아가 영원할 수 있는 이유(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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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전, 우연한 기회에 이탈리아를 가게 되었다.
인천공항에서 꼬박 11시간이나 걸리는 먼 나라였다.

오랜 서양의 종교적 전통과 문화적 유산(遺産)들이, 또한 최첨단 현대문명이 가장 조화롭게 공존하며 살아 숨쉬는 곳에 왔다는 느낌에서일까.
약간의 흥분과 떨림이 전해졌다.

하지만 이는 공항청사에 들어서는 순간 온데간데없어졌다.
그 이유는 예상치도 않게 청사 주변 여기저기에 쓰레기가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고, 그 누구도 그것에 관심을 갖고 주우려 하지 않는 것은 물론, 도리어 바로 그곳에 한 중년의 신사가 피우던 담배꽁초를 툭 던지고 총총걸음으로 걸어 나가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얼핏 생긴 불편한 마음을 갖고 출입국 통로에 이르렀다.
그곳은 이미 수백명의 관광객으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1시간이 훨씬 넘도록 선 줄이 도통 줄어들지 않았다.
뭔 일인가 싶어 출입구를 보았더니, 그 많은 인원에 비해 출입구가 달랑 네 개에 불과했다.

이마저 유럽인과 비(非)유럽인으로 구분돼 있었다.
당장 유럽인의 통로가 한가해도 무슨 이유인지 비유럽인의 출입은 금지했다.

이에 혼잡이 더욱 가중되는 듯해, 그 이유야 어찌됐든 11시간을 넘게 비행기를 타 지칠 대로 지쳐버린 비유럽인(?)인 우리는 그런 불공정하고 비효율적인 듯한 처사가 그저 짜증날 따름이었다.

이렇듯 정신없이 청사를 빠져 나와 기다리던 버스에 올랐다.
한국인 가이드가 대략적인 설명을 하는 사이 로마의 중심가에 들어섰다.

수백년도 훨씬 넘은 듯한 건물들과 유적들이 스펙트럼처럼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 화려했던 로마제국의 흥망성쇠가 눈에 선하게 잡히는 듯했다.
하지만 이런 감흥에 찬물을 끼얹듯, 여기저기 산재한 건물, 건널목, 지하도 등등에 심할 정도로 무분별하게 낙서가 된 것들이 보였다.

심지어는 빠르게 달리는 기차 전체 칸에 얼룩덜룩한 스프레이로 심하게 낙서가 되어 있어 아연실색할 정도였다.
누가 어떤 이유에서 했는지는 몰라도 공공건물을 넘어 이웃의 집과 창고 등에 함부로 해댄 것을 보면서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이 모든 일들은 우리 고장 제주에서만 해도 감히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일 게다.
이에 하나만 더 말하면, 그 유명한 트레비 분수를 갔을 때였다.

현지 가이드의 말에 따라 동전을 뒤로 던져 제대로 분수에 떨어지면 ‘다시 로마로 올 수 있는 행운을 얻을 수 있다’는 말에 너도나도 동전을 뒤로 던지는 순간이었다.

바로 옆에 어떤 이가 갑작스레 소매치기를 당했다.
근데 아뿔싸 이게 뭔가. 누구 하나 자기 일처럼 나서는 이는 고사하고, 심지어 거기에 있던 경찰마저 대수롭지 않은 듯했다.
이에 알고 보았더니, 이런 경우는 이것 말고도 허다하다는 것이 아닌가.

이런 일을 겪으면서, 일면 우리 사회가 그들보다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사회의 공공질서를 위해 무분별한 개인의 자유를 절제하고 인내할 수 있는 실천정신만큼은 말이다.

하지만 이러함에도 이탈리아는 한 해에 상상할 수 없는 관광객이 찾아드는 세계 최고의 관광지로 자리하고, 반면 우리는 아직껏 관광 후진국을 면치 못하는 것은 왜일까.

여기에는 그들에게 그런 여타의 부족한 면들이 있음에도 우리나라는 물론 다른 나라들이 도저히 따를 수 없는 그들만의 아주 특별한 이유가 있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과거의 전통과 유산에 대한 철저한 존중과 지킴, 또한 친자연환경적인 태도와 실천이었다.

바로 이것이 여러 부족함을 넘어 아직껏 이탈리아를 세계 최고의 관광국가로 영원히 자리매김해 주고 있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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