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보와 배려의 교통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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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로부터 현인(賢人)이라 불리던 사람들은 단순히 어질고 현명하다는 사전적 의미의 사람들만은 아니었다.

현인이라는 이름은 예의를 다해 공손한 태도로 사양하는 이른바 예양(禮讓)을 통해 얻어지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잘 아는 기원전 12세기경 중국 은나라 말기의 백이와 숙제도 마찬가지다.

당시 주나라에 거주하고 있던 이들 두 사람은 주나라 무왕의 은나라 정벌을 반대하다가 뜻을 이루지 못하자 “주나라에서 나는 곡식을 먹지 않겠다”며 수양산에 들어가 고사리만 캐어 먹다 죽었다.

고죽국이라는 조그마한 나라의 왕자였던 이들은 아버지가 둘째 아들인 숙제에게 나라를 물려주자 숙제는 형을 두고 자신이 나설 수 없다며 사양했고, 형인 백이도 아버지의 명을 어길 수 없다고 함께 사양하다가 결국 둘 다 나라를 떠나고 말았다.

백이.숙제의 청렴과 절조를 크게 여겨 유교에서는 이들을 현인으로 부르고 있다. 그러나 상당수 학자들은 백이.숙제의 이 같은 청렴과 절조에 앞서 이들의 양보정신을 더욱 의미있게 평가한다.

백이.숙제의 이 같은 예양에 비교하지 않더라도 요즘 들어 양보와 배려의 미덕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는 게 우리 교통문화의 현주소다.

우회전 중 자신의 차로 앞으로 U턴해 들어오는 차가 있으면 먼저 가도록 양보하는 운전자가 거의 없다.

방향지시등을 켜고 들어오는 차량에 선선히 끼어들기를 허락하는 차량도 찾아보기 어렵다. 차가 서로 얽혀 꽉 막힌 사거리에서 파란 신호를 받았다고 무조건 전진해 차량소통을 엉망으로 만드는 운전자도 부지기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크고 작은 교통사고가 잇따를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한 사회적 폐단 역시 이만저만이 아니다.

제주지방경찰청이 올해 8개월간 발생한 교통사고를 분석한 결과 이 기간 1965건의 사고로 2458명이 다치고 62명이 숨졌다.

교통사고로 하루 평균 10명이 부상을 당하고 4일에 한 명이 숨진 셈이다. 이 같은 결과 제주지역은 언제부터인가 교통사고에 관한 한 ‘전국 최상위권’이라는 불명예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들 교통사고를 원인별로 보면 안전운전 불이행이 1122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보행자 보호 불이행 149건, 안전거리 미확보 132건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원인은 결과적으로 사고를 일으킨 운전자들이 대부분 상대를 배려하고 상대에게 양보하려는 의식이 결여된 데서 비롯된 것이다.

운전자들도 양보와 배려운전의 필요성을 실감하면서도 막상 차량에 올라 핸들만 잡으면 대부분 이를 망각한다. 교통사고를 예방하고 건전한 교통문화를 세우기 위해 그동안 숱한 교통안전 캠페인이 전개돼 왔다.

그러나 이 같은 행사들도 운전자들 사이에 깊게 뿌리내린 나쁜 운전행태 앞에서는 제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자신의 생명은 물론 한때 실수로 또 다른 고귀한 생명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안전운전의 필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도로교통법에 열거된 수많은 안전운전 절차나 이를 위반했을 경우 뒤따르는 처벌조항을 숙지하고 실천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이에 앞서 상대를 배려하고 상대에게 양보하는 미덕이 운전자들 각자에게서 배어날 때 자동차는 인류의 이동수단으로서 문명이 인간에게 준 최고의 선물로 우리 곁에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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