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신화 세계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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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철 제주문화원장/수필가>

바람 많고 돌이 많아 척박한 땅. 사람이 살기엔 고달픈 제주였다.

하지만 제주 사람들은 온갖 신을 창조하고 그 신에 의지해 억착스레 살아왔다. 그 신들의 이야기 제주 신화는 심방말미로 구전되면서 오늘에 이어졌다.

서구 문화의 영향으로 굿은 미신으로 치부되어 억압과 통제에 시달렸지만 그래도 구비전승으로 명맥을 유지하더니, 이제는 세계로 웅비할 때를 만났다.

뉴스위크지가 ‘1만 8000신들의 고향 제주’라는 특집 기사를 실어 제주 신화를 세계에 널리 알린지 34년 만에 칠머리당 영등굿이 유네스코 세계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참으로 기쁜 일이다. 이제는 제주 신화의 세계화가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이를 어떻게 추진해야 할 것인가? 먼저 내면화가 필요하다. 제주의 민속학자들에 의해 어렵게 채집된 신화를 소설 형식을 빌려 재구성하고 재미 있는 읽을거리로 펴낼 일이다.

그리스·로마 신화가 오랜 세월 조탁을 거듭해 성장했 듯이 제주 신화도 거듭 다듬으면 보배가 될 터이다.

그러면 이를 저본으로 하는 소설·희곡·시나리오·애니메이션 등이 재탄생하고 영화화의 길도 열릴 것이다.

또한 제주 신화 이야기꾼을 양성해야 할 일이다. 그들이 학교마다 동네마다 찾아가는 이야기교실을 열면, 제주는 신화의 섬이 될 게 아닌가.

옛날엔 굿의 제의인 본풀이로 전승되었기 까닭에 굿판이 바로 신화 전승의 무대였다. 그 굿판에 모여든 아낙들은 심방말미를 듣고, 그것을 손자·손녀들에게 들려주었다.

나도 어려서 옛날 이야기를 들으며 자랐다. 설문대할망, 남선비, 자청비, 허웅아기 등….

너무 재미가 있어 할머니에게 거듭 들려 달라고 졸랐던 기억이 새롭다. 그게 제주 신화임을 안 것은 중학교로 진학한 한참 후의 일이다.

지금은 핵가족화로 조손이 함께하는 가정이 별로 없다. 혹 있다 해도 하교 후 학원을 돌아 기진맥진해 들어온 아이에게 옛날 이야기를 들려 줄 수 있을 것인가.

이제는 관광지와 올레길과 등산로에서 내·외국인을 대상으로 ‘제주 신화 한 꼭지 이야기’를 펴내야 할 것이다.

자연 속에서의 신화 이야기. 이는 자연과 문화의 조화다. 이를 위해 최소한 영어, 중어, 일어판 제주 신화집이 발간되어 관광지와 호텔 등에 배포, 여가 시간의 읽을거리로 제공한다면 제주 신화는 날개를 달고 비상할 것이다.

특히 1만 8000신들을 거리로 내세워야 한다. ‘제주 신화 축제’를 여는 일이다. 그러면 제주는 환상의 섬으로 탈바꿈하게 되리라.

그러나 제주특별자치도의 탐라문화권발전 기본계획엔 제주 신화 세계화 추진 전략이 없다.

관광 소프트웨어가 모자라다고 말하면서도 하드웨어에 치중하고 있는 현실이 아쉽다.

제주 신화엔 어느 지방에서도 볼 수 없는 창세기 신화, 설문대할망 이야기와 천지왕 본풀이가 있다.

탐라 천년만이 아닌 훨씬 먼 옛날 제주인의 혼이 담겨 있는 제주문화의 원류가 바로 제주 신화다.

‘제주 신화의 세계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제주 사람들의 몫이 아니라고 누가 말할 수 있는가.

제주문화원이 올해부터 이 사업을 기획, 추진하고 있지만 예산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적극적인 투자의 손길은 없는 것인가. 날로 증가하는 내·외국인들에게 제주가 꿈의 섬, 신비의 섬으로 각인 될 일이니, 이 얼마나 바람직한 투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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