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흡연=어른들의 무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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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광리 제주한라병원 흉부외과장>

퇴근길에 개천을 따라 걸으며 가을의 신선한 공기를 마시면 건강하게 산다는 것에서 오는 행복감을 느낀다.

인간은 누구나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꿈꾼다. 하지만 이러한 소중한 삶을 파괴하는 사례 중 절반 이상은 흡연과 연관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각종 암 유발은 물론이거니와 협심증, 심근경색증의 주요 원인이며, 뇌혈관질환 등등….

인간을 죽음으로 몰고 가는 상당수의 질환에서 흡연은 가장 큰 위험인자에 속한다. 이런 병에 걸린 후에야 ‘내가 왜 담배를 피웠지?’라고 후회해도 소용없는 것이다. 결국 찾아오는 것은 치료과정의 엄청난 통증과 남겨진 가족들을 경제적 빈곤으로 몰고가는 엄청난 치료비용을 남기고 자신은 무책임하게 쏙 죽어버린다는 사실일 것이다.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에게 흡연 이유를 물어보면 뾰족한 대답을 못 내놓고 “그냥 핀다”고 이야기 한다. 간단히 말하면 니코틴 중독자라는 이야기다.

“언제부터 피웠냐?”고 물어보면 대부분이 청소년기에 시작했다고 한다.

과거에는 청소년 시기에 담배를 피우는 경우는 일부 반항적 성향을 갖는 학생들이 화장실이나 인적이 드문 한적한 곳에서 숨어서 피는 것이 일반적인 모습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대담하게 교복을 입고 어른들이 지나다니는 공원에서 또는, 길에서 당당하게 담배를 피우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 이를 보는 어른들은 대개 ‘그렇고 그런 놈들이겠지’하면서 혀를 차면서 아무 말도 없이 지나가 버린다. 깨끗해야 할 사회 지도층들이 온갖 비리로 매스컴에 오르내리는 모습에서 닮고 싶은 사람이 없어져버린 탓도 있겠지만 한마디로 어른이 없는 사회가 되어버렸다.

“왜 어린 학생이 거리에서 담배를 피우냐?”고 야단치면 “아저씨가 뭔데 그래요?”라며 덤비는 게 다반사요, 그런 부모들에게 “왜 아이들을 이렇게 키우느냐?”고 물으면 “니 자식이나 잘 키워!”라고 타박하는 세상이다.

그렇다면 청소년들이 담배를 피우게 되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학교에 가는 것이 즐겁지 않고 괴롭기 때문이다. 서로 존중해야 할 동창생간의 관계가 일방적으로 약한 친구를 괴롭히는 관계로 변해버렸고, 대학진학을 위한 경쟁과 성적 비교에서 오는 스트레스, 이성문제, 부모와의 소통부족에서 오는 소외감 등이 어린 영혼들의 머리를 스트레스로 가득 채워버리는 것이다. 혼자서는 해결할 수 없으니까 사회에서 금기시하는 것을 해버린다는 반항심, 어른스러워 보이려는 마음, 다른 친구들도 하니까 따돌려지기 싫어서 등등의 이유로 아이들은 무심코 무서운 흡연 중독자의 길로 스스로 걸어 들어가는 것이다.

청소년기에 시작한 흡연은 어른이 되서도 끊지 못하게 되고 체내에 독성물질이 쌓여서 어른이 된 후 무서운 질환들의 발병률을 높이고 이를 치료하기 위한 사회적 비용을 증가시켜 우리나라를 병든 나라, 약한 나라로 만드는 중요한 원인이 될 것이다.

아이들이 담배를 피우지 않게 하는 것은 두말할 것 없이 어른들의 책임이다. 학교를 즐거운 곳으로 만드는 것은 교육자들의 몫이요, 범죄로부터 보호하는 것은 치안조직의 몫이요, 가정이 행복한 곳이 되게 하는 것은 부모의 역할이며 닮고 싶은 미래를 꿈꾸게 만드는 것은 사회 지도층의 솔선수범일 것이다.

내 소중한 아이들이 독을 들이마실 수밖에 없도록 만든 책임을 우리 어른들이 스스로 느낀다면 해결책은 반드시 나올 것으로 믿는다. 그래야 우리 사회는 보다 건강한 모습으로 바뀔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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