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감귤의 오늘과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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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게 펼쳐진 평야와 산등성이 마다 끝없이 펼쳐진 감귤단지.

여기서 생산된 과실을 무리없이 손질하는 자동화시설, 포장된 상품을 완벽하게 보관하다가 출하시키는 유통시스템.

투우를 연상시키며 관광대국으로 일반에 알려진 스페인은 알고보면 연간 500만t 이상의 감귤을 생산해 전 세계로 수출하는 농업강국이다.

1781년 감귤 재배를 시작한 이후 1841년부터 수출에 도전해 지금은 자국 생산량의 80%를 미국과 일본, 홍콩 등 전 세계 68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이 나라의 지난해 감귤류 재배면적과 연간 생산량이 27만7000ha, 533만t인 점을 감안하면 어느 수치와 비교해도 제주의 열배 안팎에 달해 절대적 우위에 있다.

최근 올 감귤의 유통대란과 가격폭락을 우려하는 목소리로 제주 전역이 법석이다.

지난달 하순부터 추진해온 감귤 열매솎기가 제대로 진척이 안돼 당초 목표량의 절반을 채우기도 버겁다는 얘기다.

이같은 추세로 간다면 올해 역시 감귤의 유통대란은 불을 보듯 뻔하다는 소리도 들린다.

제주도와 도내 4개 시.군은 올 감귤 생산량을 66만t으로 예측하고 이 중 8만t을 솎아낸다는 목표를 잡았다.

여기에다 수출, 북한보내기, 군납, 도내 소비 등으로 3만t을, 가공용으로 12만t을 각각 처리하고 나머지 43만t을 도외 상품용으로 소비한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이같은 행정기관의 계획과 일선 농가의 생각은 동상이몽인 듯하다.

감귤농가의 상당수는 “예년에 열매솎기에 참여했더니 그만큼 손해봤다” “적과를 너무 일찍 했더니 적정상품인 4.5번과가 대과로 둔갑해 판매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등 행정기관의 입장과는 정반대의 자위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사실은 열매솎기와 적과작업 등이 제대로 추진됐기에 상품과 생산비율을 높임으로써 모든 농가의 소득이 나아졌는데도 그 당위성에 반박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맥락에서 볼때 올 감귤농사에 대한 위기의식이 형성되고 있는 만큼 열매솎기 시스템의 가동은 제대로 안되고 있는 것 같다.

참여농가를 단순히 수치로 집계하는 자율적인 시스템으로는 분명한 한계가 있기에 실적이 저조한 농가등을 특별관리대상으로 정해 참여 확산을 유도하는 적극적 관리체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불어 정작 중요한 것은 매년 시행착오를 반복하고 있는 감귤산업에 대한 풍향 조절이 절실한 때가 아닌가 싶다.

무엇보다 현시점에서 물량 조절이 시급하지만 당도를 높여 맛을 좋게 생산한다면 내수시장을 뛰어넘어 수출 등으로 소비처를 확대할 수 있다는 비전을 품어야 할 시점이라는 것이다.

다시 돌아가 스페인이 오늘날 농업강국이라는 닉네임을 얻기까지는 감귤산업 진흥을 위해 200년이 훨씬 넘는 장고한 세월을 갖가지 진통을 극복해왔기 때문이다.

이 나라는 연중 강렬히 내리쬐는 햇살로 감귤 당도를 저절로 높일 수 있고 자동화된 유통과정, 대부분 냉장트럭으로 소화해낼 수 있는 값싼 물류비용 등은 제주의 여건과 큰 차이를 띤다.

그럼에도 스페인이 오늘날 정착시킨 시스템 가운데 자동화 및 품질관리, 수출시장 개척 노하우 등은 제주가 본받아 장기적으로 지역 실정에 맞게 접목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생산단계에서부터 품질관리, 유통, 판촉에 이르기까지 한 곳에서 처리하는 대형선과장 도입과 출하창구 일원화, 공동마케팅을 통한 유통의 효율성 등이 그것이다.

특히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는 감귤의 품질 향상이며 제주실정에 맞은 고당도 재배기술 보급에 행정력을 지원하되 적과.간벌 등은 농민에게 맡기는 원칙이 새로 정립되고 중시돼야 할 시점이라는 것이다.

이같은 시스템 전환이 이뤄질 때 ‘생산량 조절만이 감귤이 살길이다’라는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우리의 감귤이 제주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해왔고 풍요로운 제주를 일구는데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왔기에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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