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구조개편 정쟁거리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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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2월 실시될 예정이었던 행정계층구조 개편에 대한 주민투표가 불투명해졌다. 김태환 제주도지사는 지난 13일 기자회견을 갖고 "제주특별자치도와 행정계층구조 개편은 분리추진키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12월 주민투표 실시 여부에 대해선 "워낙 민감한 사안인 만큼 각각의 상황에 따라 달리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김 지사가 지난 6.5재보선에 당선, 지사로 취임한 후 수차례 강조했던 12월 주민투표는 새로운 상황을 맞이하게 되었다. 어쩌면 순항을 거듭하는 배가 암초에 부딪친 셈이다. 이에 대해 도민 여론은 "당초 일정대로 추진되어야 한다", "좀더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다"며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이처럼 행정계층구조 개편이 안개 속으로 빠져들고 있는 것은 도민들의 기대와는 달리 도내 자치단체장들과 지방의회가 이 문제를 정치적 논리로 접근하고 있기 때문이다.

행정구조개편 문제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먼저 민감한 반응을 보이며 술렁거리곳은 도민들이 아닌 다름 아닌 자치단체장들과 지방의회이다.

겉으로는 도민의 삶의 질 향상과 제주의 미래를 내세우고 있지만 속내를 드러다면서 자신들의 향후 정치적 입지를 지나치게 의식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선출직 기초단체장인 시장.군수들은 "자치권을 없애는 것은 민주주의 후퇴이다"는 말로 행정구조개편 논의 자체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반면에 광역자치단체장인 도지사는 권한 확대에 대한 정치적 시비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도민들의 선택에 따르겠다"며 원론적인 답변을 되풀이하고 있다.

지난 46년 제주도제 실시이후 고착화된 현행 행정계층구조에 대해 주민의 심판을 받겠다며 논의의 대상으로 끌어낸 것은 환영할만 일이다. 그리고 이 문제는 제주의 명운이 달린 대역사이다. 단체장들과 지방의회가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만을 생각해 갑론을박할 문제가 아니다.

이 문제를 조용하게 지켜보고 있는 도민들에게 행정구조 개편에 대한 타당성과 부당성 등의 정확한 의미를 전달하지 않은채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해 주민여론을 부추겨서는 곤란하다.

자칫 단체장들과 지방의회 내부의 신경전이 조용한 민심을 자극해 새로운 계층간, 지역간의 갈등을 초래할 경우 문제는 심각해진다. 제주국제자유도시를 지향하는 제주도에서 100만 도민의 대통합은 커녕 새로운 계층간 갈등의 씨를 잉태토록 해서는 안된다. 향후 이 문제와 관련 도민설명회를 통해 각계 각층의 뜨거운 논쟁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단체장들과 지방의회가 정략적인 차원에서 이 문제를 놓고 감정적인 접근을 할 경우 도민들 간에도 찬.반에 따라 감정적 대립이 생겨 결국은 도민갈등의 골이 깊게 패일 것이다.

지방선거때만 되면 친지와 가족들 모임에서 조차도 지지후보를 놓고 의견이 충돌하다가 분위기가 싸늘해지고 갈등이 노골화되는 것을 우리는 수차례 경험했다. 이런 분위기 조성에 본의 아니게 중심에 있던 단체장들과 지방의회는 도민설명회와 주민투표에 대비해 정확한 정보를 도민들에게 전달하도록 노력하기만 하면 된다. 도민들을 위해 일하겠다며 지지를 호소했던 단체장들과 지방의회가 도민들에게 의사도 묻기 전에 앞서서 자신의 주장이 마치 도민 대다수의 여론인 것처럼 호도해서는 곤란하다.

그리고 이와 관련한 향후 일정을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 선택은 도민들의 몫이다. 도민들도 행정구조 개편 여부가 제주의 미래가 달린 점을 깊이 인식해 소신을 갖고 자신의 입장을 지금부터 정리해 나가야 한다. 민심이 단체장들과 지방의회의 정략적인 입김에 의해 흔들거려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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