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 없는 도서관에 가다
국경 없는 도서관에 가다
  • 제주신보
  • 승인 2010.11.1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양민숙 금능꿈차롱작은도서관 관장/시인>

바야흐로 국제화시대다.

통계청의 2007년 인구동태 자료에 의하면 한국은 1997년 이후 지난 10년 동안 국제결혼이 3배 가까이 폭발적으로 증가해왔으며 특히 2005년에는 전체 결혼의 13%나 된다고 한다.

재학 중인 다문화가정 자녀수가 2006년 4월 교육부 집계결과 6695명이나 되는 걸 보면 길거리에서 쉽게 다문화가정과 맞닥뜨리게 되는 건 새삼스런 이야기도 아니다. 그러나 문제는 결혼이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농·어촌 지역에서 새로운 가족 유형으로 대두되는 다문화가정은 근본적으로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최근 들어 정부 각 부처가 경쟁적으로 다문화가정 지원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이주여성의 한글교육뿐 아니라 문화체험교육, 육아지원을 비롯해 다문화가정 자녀들에 대한 보육비 지원 등 실제적으로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도 상당히 많아졌다. 그 중 눈에 띄는 게 하나 있다. 작년부터 시행한 ‘다문화 도서관’ 혹은 도서관에 비치되고 있는 ‘다문화 자료실’이다.

제주에서도 지난해 ‘성산일출도서관’에 이어 올해 ‘애월도서관’이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원을 받아 ‘다문화자료실’을 갖춰 놓았다. ‘다문화자료실’에는 중국, 베트남, 필리핀 등 다국어 도서와 이주민들을 위한 한국어 학습자료, 다문화 관련 한국 도서 등을 비치해 놓고 있다.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독서문화를 조성하고 있는 사회에서 그동안 도서관에서조차 국경을 느꼈었던 이주민들에게 ‘다문화자료실’은 너무도 반가운 소식일 수밖에 없다.

“아직 한글을 몰라 인쇄매체라고는 그림책과 만화책만 볼 수밖에 없어요.”라고 말하던 필리핀 여성과 “내 아이에게 엄마 나라의 이야기들을 들려주고 싶은데 책을 구할 수가 없어서 속상해요.”라던 한 베트남 여성의 꿈이 이제 실현된 것이다.

문제는 그들이 ‘다문화자료’를 구하기 위해 먼 거리를 이동해야 된다는 점이다. 대부분 이주민들이 자가 차량 없이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있는 실정을 감안할 때, 다문화자료를 이용하기 위해 몇 십분 버스를 타고 또 십 여분을 걸어서 자료를 빌려오고 다시 반납하는 과정을 되풀이해야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지역도서관에서 자체적으로 ‘다문화자료실’을 마련하는 것도 쉽지는 않다. 다문화자료들을 구하기도 쉽지 않을뿐더러 ‘다문화자료실’을 마련하기에는 예산이 너무도 많이 들기 때문이다.

활자에 대한 목마름. 그 갈증을 풀어주기 위해서는 이주민들이 찾아갈 수 있는 가까운 도서관에 ‘다문화자료실’이 마련되어야 한다. 물론 다문화가정 수가 계속 증가하는 상태에 정부는 지속적으로 ‘다문화자료실’만들기 사업을 펼치리라 기대한다.

하지만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다문화가정 아이들을 바라보면서 안타까움에 한숨짓는 이주여성을 볼 때 ‘다문화자료실’ 설치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이주민들이 지역의 가까운 곳에 있는 모든 도서관에서 원하는 자료를 제공받고 아이를 위해 책을 골라 읽어줄 수 있다면 그들의 활자에 대한 갈증이 조금은 해갈이 되지 않을까?

나아가서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소외감에서도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다문화가 자연스러워진 시대, 그들에게 한국문화를 익히게 하고 한글을 익히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들 나라의 문화와 그들의 언어 역시 그대로 인정해 주고 존중해 주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다문화시대에 국경 없는 도서관, ‘다문화 자료실’ 설치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