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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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현 제주수필문학회장/수필가>
새해가 시작되나 싶더니 벌써 11월이다. 경인년인 2010년은 새로운 10년이 시작되는 원년이다.
설레임과 기대 속에 맞았던 2000년도 어느새 10년이 훌쩍 지나가고 말았다. 2010연대도 1990연대나 2000연대와 같이 그렇게 지나갈 것이다. 10년 단위는 의미하는 바가 크다고 하겠다.
앞으로의 10년은 지난 10년과는 확연히 다르다고 보아진다. 운명을 달리 할 확률도 높아 보인다. 기대수명에 근접한 삶이기 때문이다. 나의 기대수명은 84세로 예상 되지만 천재지변이나 관리 소홀로 열 살이 단축 될 수도 있고, 관리를 잘 하면 열 살이 늘어날 수도 있다. 죽음은 우리가 예단할 수 없는 신의 영역이다. 그러나 기대수명까지 살 수 있는 확률은 매우 높아 보인다. 우리 세대는 높은 교육수준, 문화생활, 좋은 주거환경, 식생활 개선 등 장수조건을 두루 갖췄고, 생명공학의 발달로 생로병사를 가늠하는 ‘게놈’의 해독 되면서 인간의 수명은 점점 길어지고 있다. 2050년이면 DNA의 완전해독으로 천수를 누린다는 주장이 꿈만은 아닌 상 싶다.
“70, 80세는 인생의 쇠퇴기가 아니라 오히려 경륜에서 오는 지혜와 성숙도가 높아지며 이해도와 무심이 깊어진다. 또한 죽음에 대한 철학이 확고하게 서고, 두려움이 없어지는 시기이다. 사회적 책임감이나 가정의 경제적 부담감이 덜하고 차분히 자기성찰을 할 수 있다”라고 최근 영국 유력 일간지 텔레그라프 인터넷 판에서 주장했다.
그러나 ‘호사다마’라고나 할까 간과해서는 안 될 배면이 상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노욕과 노추라는 환영받지 못할 그림자이다. 과거에 집착한 나머지 변화를 거부하고, 대우받기만을 바라며, 자기개발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는 행위가 그것이다.
우리 문단에서는 요즘 ‘원로’개념을 70세에서 80세로 연장하는 추세다.
올해 희수(77)를 바라보는 당대의 문학가이며 박학다식하고 창의적인 문화기획자인 이어령 전 장관은 매년 신간을 내고 있다. 금년에는 ‘지성에서 영성으로’라는 논픽션이 서점가을 강타하고 있다. 소설가 박완서씨(80)는 실버세대의 일상을 그린 ‘친절한 옥희씨’로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금년에는 산문집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를 출간했다.
제주 문단에도 산수(80세)를 넘으신 전 교육위원회 의장을 역임한 현화진 원로회원은 60, 70대 못지않은 활발한 작품 활동과 사회 활동으로 후배로부터 존경을 받으며 중후한 모습으로 거듭 나고 있다. 또한 선생은 지금도 일본 문학서적과 전문서적을 탐독하며 쌓은 일본어 실력은 일본 사람도 놀라워 할 정도로 수준급이다. 연하이거나 후배에도 경어를 쓰며 배려하는 모습은 우리의 표상이며 선망의 대상이다.
이렇듯 나이는 수치에 불과 할뿐 사회에 공헌하며 작품 활동에 매진하는 것과는 무관하다고 하겠다.
삶은 천재지변이 없는 한 자신의 의지대로 살 수 있지만 죽음은 자신이 예단할 수 없는 신의 영역이다.
현세의 삶 또한 종교의 교리에서 그 길을 찾는 것이 정도일 것이다. 유교는 ‘적선을 해야 복을 받고 영면한다’고 한다. 불교는 ‘이타 행(利他 行)을 해야 극락세계로 간다’고 설파하고 있다.
기독교는 ‘이웃을 사랑해야 천당에 간다’고 가르치고 있다. 이렇게 각기 방법은 다르지만 그 목표는 현세의 삶을 바르고, 의롭고, 착하게 살라고 하는 지고지순한 가르침으로 귀결된다.
종교에서도 내세의 삶에 대한 지침은 없어 보인다. 현세의 삶이 곧 내세의 삶이라고 믿으며 최선을 다하는 삶이기를 소망해 본다. 10년 후! 우리는 어떤 모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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