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전태일’과 2010년 제주 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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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언론이 서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뉴스를 쏟아내고 있던 지난 11월초 G20 정상회의를 개최하는 대한민국 노동자의 현실을 보여주는 기자회견이 제주에서 열렸다.

전국공공서비스노동조합 의료연대 제주지역지부(이하 의료연대 지부)는 지난해 임신한 제주의료원 간호사 15명 중 5명이 완전 유산했으며 올해는 임신 간호사 10명 중 5명이 유산 증후를 겪어 3명이 유산했다고 지난 5일 기자회견을 갖고 주장했다. 또한 제주의료원 간호사의 정원은 83명인데 현재 근무하는 간호사는 57명 내외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대부분의 언론매체가 G20 정상회의가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다는 뉴스를 1면 머릿기사로 내보낸 지난 13일은 공교롭게도 정확하게 40년 전 한 청년 노동자가 온 몸에 기름을 끼얹고 분신을 시도했던 날이다.

1980년대 후반 대학에 입학한 기자는 조영래 변호사가 쓴 ‘전태일 평전’이라는 책을 통해 ‘청년 전태일’을 처음으로 만날 수 있었고 그의 불꽃같은 삶은 충격이었다.

‘청년 전태일’이 자신의 몸에 불을 붙이던 1970년 청계천의 평화시장에서는 2만명의 노동자가 열악한 노동환경 하에서 하루 평균 15시간씩 일했다. 임금은 월 1500원에서 3000원. 당시 쌀 한가마니(80㎏)는 5400원이었다. 노동자들은 기초적인 의식주를 충족하기에도 어려운 처지에서 극심한 노동에 시달렸다.

전태일은 자신의 몸에 불을 붙이기 직전 세 마디의 ‘공개 유언’을 남겼다. “근로기준법을 지켜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내 죽음을 헛되이 하지 말라.”

당시 극빈국이던 대한민국은  40년이 지난 현재 G20을 개최할 정도로 당당히 세계 주요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경제 강국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현재 제주의료원에서 벌어지고 있는 노사관계는 아직도 ‘청년 전태일’이 극복하고자 했던 노동환경이 아직도 한국 사회에서 계속되고 있음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간호 인력의 절대적 부족으로 간호사의 노동 강도는 당연히 강화되고 있어 근로기준법에 보장된 휴일도 쉬지 못하고 일을 하는 것이 제주의료원의 현실이다. 의료연대 지부 관계자는 “정도를 넘어선 만성적인 간호인력 부족에서 비롯된 살인적 노동 강도는 제주의료원 간호사들에게 정신적·신체적 손상을 입히고, 결국 높은 유산율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제주의료원 측이 10월에 이어 11월에도 계속해서 간호사 모집 공고를 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간호사 정원을 채우지 못한다는 것은 단순히 간호인력 공급 부족의 문제로 치부하기에는 기본적인 문제를 도외시하는 것이다.

사용자측이 가장 기본적인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해주지 않는 상황에서 누가 자신의 무덤을 파겠는가.

제주의료원은 제주에 몇 없는 공공의료기관이다. 여기에서 근무하는 간호사들의 건강권과 노동의욕은 의료원을 이용하고 의료서비스를 받는 환자들과 도민들의 건강권과 직결된다.

이 때문에 제주의료원은 물론 관리감독기관인 제주도의 책임을 묻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제주도는 제주의료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이는 제주도민이자 또 다른 도민의 건강을 책임지고 있는 간호사들의 모성보호는 물론 태아의 존엄성, 온 도민의 건강권을 보호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청년 전태일’이 근로 개선을 주장하며 자신의 몸을 불사른지 40년이 지났고 대한민국과 제주도는 경제 성장을 이루었다고 하지만 그 경제 성장의 기둥이 되는 노동자들의 몸과 마음은 여전히 가난하다.<부남철 뉴미디어국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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