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도시공공디자인의 실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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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수 제주대학교 산업디자인학부 교수>

요즘 제주도의 도시공공디자인의 실태를 살펴보면 한심하기 그지없다.

공공디자인이 돈이 된다고 느껴서 일까? 너도 나도 전문가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으나 도시공공디자인은 전문가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도시계획가, 산업디자이너, 토목전문가, 조경전문가, 문화콘텐츠전문가, 색채전문가, 환경전문가 등 미술·건축 분야가 서로 유기적인 관계를 가지고 시스템으로 풀어가는 데에 그 해답이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제주의 도시공공디자인의 현실을 살펴보면 자동차가 거리를 점령해서 장사가 안 되니 ‘차 없는 거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던 사람들이 디자인 제안경쟁에서 탈락했다는 패배감 때문인지 언론을 이용해 성공적인 차 없는 거리를 비판만 하고 있고, 성공적인 스킨디자인-시외버스터미널과 같은 공공미술의 결과물도 비판만 거듭해오고 있다.

제주의 도시공공디자인은 서로 다른 분야를 인정하지 않고 자신만이 할 수 있다는 소통의 부재가 가장 심각한 문제다. 도시공공디자인의 개념자체가 소통·통합·맥락-3대 요소를 기본적으로 전제하고 시작하는 것인데 소통(Intercommunicaction)도 없고, 통합(Collaborate)도 없고, 맥락(Context)도 이해하지 못할 때 반드시 실패한다.

또 다른 문제는 실행프로세스에 있다. 기본설계에서 실시설계로 넘어갈 때마다 내용이 따로 놀고 실시설계의 내용은 시공주체에 의해 또 변하고 기본설계에서 소통했던 주민 요구 반영내용 회의록은 읽어보지도 않은 것 같다.

시공에선 소통했던 주민 주체가 바뀌고 지자체에선 기 확보된 예산만 다 소진하고 나면 ‘나 몰라라’ 방치하는 자세와 같은 실행프로세스야말로 기형적인 결과물을 낳는 것이다.

유럽이 300년 걸려서 만들어낸 아름다운 공간과 거리를 일본이 30여 년을 들여 만들어가고 있는데, 우리는 3년만에 완성하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발상이다. 시간을 단축하려면 우선 기본적으로 실행프로세스가 명확해야 하고 평가시스템을 도입해 지속적으로 문제점을 개선해야 한다.

도시공공디자인의 근본적인 목적은 도시의 쾌적성(Amenity)을 높여서 유형·무형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데 있는데, 그 요소는 때로는 감성 디자인적이고 때론 콘텐츠산업적이고 때로는 문화산업적이다.

제주의 공공시설은 하드웨어적 요소-즉, 공간만 있고 감성과 문화와 콘텐츠는 없다. 주민과 관광객이 찾지 않는 웰컴센터와 서복전시관과 같은 건물에 소요된 비용만 200억원이 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이 비용을 콘텐츠디자인과 감성디자인, 문화디자인에 투자했다면 제주는 엄청나게 달라졌을 것이다.

도시공공디자인의 쾌적성 확보를 위한 기본적인 접근방법은 2가지가 있다.

첫째, 매크로(Macro:거시적) 프로세스로서도시계획-도시설계-건축설계-토목·조경설계-가로시설디자인-야간경관디자인-색채디자인-콘텐츠의 순으로 진행가는 방법을 말한다. 불행하게도 신도시 외에는 접근하기 어려운 방법이다.

둘째, 마이크로(Micro:미시적) 접근방법으로 기존의 실패한 공간과 건물을 모두 없애버릴 수 없으니 어떤 콘텐츠를 담을 것인가를 깊이 있게 고민하고 소통한 뒤, 콘텐츠를 담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색채와 가로시설과 토목과 조경을 개선하면서 서서히 문제가 있는 공간들을 쾌적성이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가는 방법이다. 공간만 만든다고 도시공공디자인이 완성되는 것이 아니고 앞에서 얘기한 분야별 전문가가 유기적으로 역할을 해야한다. 제주의 도시공공디자인, 이제는 What을 고민하는 시대는 지나갔고, Why와 How(어떤 방법으로)를 고민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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