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달서구 용산동 성산고교 신축공사장 뒤편 와룡산 자락에서 지난 26일 발견된 유골은 11년여 전에 실종된 개구리 소년의 것으로 거의 확실시 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소년의 사인과 관련, 경찰은 탈진과 추위로 인한 사고사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지만 유족들은 현장에서 탄두가 발견되고 옷 소매에 묶인 흔적이 있는 점 등을 지적하며 타살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 앞으로 사인을 둘러싼 논란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경찰 발표=대구경찰청 조두원 수사과장 등 수사진은 27일 기자회견을 통해 “실종 당시 개구리 소년 5명 가운데 4명이 운동화를, 1명이 비닐구두를 신었다고 수배전단을 만들었는데 발굴 현장에서 운동화 4켤레와 비닐구두 1켤레가 발견됐다”면서 개구리 소년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경찰은 또한 “현장에서 발견된 ‘상인’이라고 적힌 운동복을 목격한 김영규군(당시 11세)의 아버지가 ‘80% 가량 아들이 확실하다’고 말한 데다, 조호연군(당시 12세)이 했던 것으로 추정된 보철 2개도 발견돼 개구리 소년이 거의 확실시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26일 유골 4구를 발견한 데 이어 이날 나머지 1구를 추가 발견함에 따라 신발과 옷가지 등 유품과 유골 등을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보내 이른 시일내에 신원을 확인할 방침이다.

▲사인 및 의문점=경찰은 개구리소년의 사인과 관련, “산에서는 기상 상태 등에 따라 상식적으로 예견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면서 “당시 추운 날씨 속에 비가 내려 일단 개구리소년들이 조난과 탈진으로 숨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와룡산 해발이 300m에 불과하지만 면적이 270만여 평으로 광활한 데다 개구리 소년들이 자주 놀러가던 불미골 일대에 대한 수색에 치중, 정작 발견지점인 산 반대편에 대해서는 수색을 소홀히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개구리 소년들이 주변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초등학교 3~6학년으로 날씨가 추우면 얼마 떨어지지 않은 집에 오면 되는데 굳이 함께 껴안고 엉켜 있다가 동사(凍死)했다는 주장은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한 와룡산이 높은 것도, 골짜기가 깊은 것도 아닌 데 숲이 무성하지 않은 3월에 경찰이 대대적인 수색에서 개구리소년들을 발견하지 못한 점은 소년들이 제3의 장소에서 누군가에 의해 살해된 뒤 나중에 현장으로 옮겨졌을 가능성도 추론하게 한다.

▲실탄 및 탄두 발견=27일 낮 12시30분께 유골 발굴 현장에서 길이 1㎝에 지름 6~7㎜ 크기의 소총 총알 탄두 1개와 길이 4.5㎝에 지름 7~8㎜ 크기의 탄피가 붙은 총알 1개가 발견됐다.
이 탄두와 총알은 신발 등 이날 출토된 유품 및 유골과 떨어진 거리가 10~20㎝에 불과함에 따라 개구리 소년들의 몸 속에 박혀 있었거나 소지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경찰은 유골 발굴현장에서 400~500m 떨어진 곳에 군부대 사격장이 있었던 점으로 미뤄 오발로 탄두가 날아왔거나 어린이들이 실종 당시에 실탄 등을 주워 소지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경찰은 소년들이 소총으로 무장한 사람에 의해 집단 총살당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으며, 특히 감식반 관계자들이 1차 확인한 결과 탄두가 국내에서 사용중인 소총의 탄두가 아닌 것으로 잠정 추정됨에 따라 대공 용의점도 조사할 방침이다.
특히 유족들은 실탄과 탄두가 발견되고 옷 소매에 묶인 흔적, 두개골이 양분된 유골이 발견된 점 등을 지적하며 타살 의혹을 강하게 제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