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개혁,개방의 시동을 걸기 시작하고 있는가
북한-개혁,개방의 시동을 걸기 시작하고 있는가
  • 강근형
  • 승인 2002.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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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신의주를 최소한 50년 동안 독자적인 입법, 행정, 사법권을 갖는 ‘특별행정구’로 지정하고 이 지역을 국제적인 금융.무역.상업.첨단과학.오락.관광지구로 개발하는 내용의 ‘신의주특별행정기구기본법’을 채택했다고 한다. 또한 신의주 특구의 초대 행정장관에 양빈(楊斌) 어유야그룹 회장을 임명했다고 하며, 검찰사법제도를 관장할 초대 법무국 수장에는 유럽인을 임명, 유럽식 사법제도를 적용하고, 의회 역할을 하는 입법의원에도 절반 이상을 외국인들에게 배당하기로 했다고 한다.

한마디로 북한은 신의주를 홍콩식 일국양제(一國兩制)의 특구로 개방하겠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신의주 개방정책이 구체화된다면 그동안 북한이 ‘우리식 사회주의’라는 고립적인 노선을 고집해왔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그야말로 경천동지할 사안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북한은 지난 7월 초 경제관리개선조치를 취했으며, 서해교전에 대해 우리측에게 사과를 하고, 남한과의 교류, 협력에 대한 재개는 물론 이산가족 상봉 재개, 경의선.동해선 연결 등 대남유화조치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왔다. 뿐만 아니라 대외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김정일 위원장은 일본의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와 전격적인 정상회담을 가졌으며, 미국의 부시 행정부에도 대화 재개의 의사를 강력히 표명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일련의 북한의 정책 변화는 가중되는 경제난과 탈북자 속출 등 변하지 않고서는 더 이상 북한 체제를 유지할 수 없다는 위기의 심각성을 인식한 데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물론 남한과 일본과의 대화 재개를 통해 경제적 지원이라는 실리를 얻고, 동시에 미국에 접근하려는 시도로도 보이며, 더욱이 남북 관계의 유화 국면을 조성함으로써 금년 말에 있을 남한의 대통령 선거 과정에 영향을 미치려는 계산도 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의 개혁, 개방의 성공의 열쇠는 미국과의 관계 개선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과 관계 개선 없이는 일본과의 수교도 그리 순탄치 않을 것이며, 국제사회의 지원을 얻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신의주를 개방한다고 해도 중국 화교의 자본만으로는 그 성과가 크지 않으리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미국은 여전히 북한을 불량국가(rogue state)로 보고 ‘악의 축’의 하나로 지목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조지 부시 대통령이 북한과 대화를 할 용의가 있음을 표명하고 있으나,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는 것은 북한이 선뜻 받아들이기에 매우 민감한 사안들뿐이다.

요컨대,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 포기, 재래식 무기 감축, 미사일 수출 포기는 물론이고 요사이 북한의 인권 개선 등도 부시 행정부는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어서 이러한 대량살상무기 보유에 생존을 맡기고 있는 북한으로서는 미국의 요구를 수락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일본의 고이즈미 총리와의 회담에서 2003년 이후에 미사일 실험을 중지하겠다고 김정일 위원장이 약속한 것은 북.미 간 핵 합의가 만료되는 내년에 북한의 핵개발 의혹을 둘러싸고 다시 한 번 한반도에 위기가 올 것이 아닌가 하는 ‘2003년 위기설’이 널리 유포돼왔다는 점에서 보면, 대단히 고무적인 일이다. 북한이 미국의 요구를 수락하지 않는 한, 북.미 관계 개선이나 북.일 수교, 남북 관계 활성화는 어려울 것이다.

이라크와 결전까지 하려는 마당에 미국이 북한에 쉽게 양보할 것 같지도 않다. 결국, 북한이 진정으로 개혁, 개방하여 자국의 경제를 살리고 생존을 유지하려면 대량살상무기 개발 및 수출 등을 포기함으로써 개혁의 진심을 만천하에 드러내야 한다.

그 길이야말로 북한도 살고 우리 민족이 사는 유일한 길이다.
북한은 루비콘 강을 건넜다.
그 선택이 모두에게 좋은 것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