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투자가’와 ‘반쪽 정부’
'전자투자가’와 ‘반쪽 정부’
  • 현창국
  • 승인 2002.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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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국 정부가 ‘반쪽 정부’로 전락하고 있다.
독자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일의 범위가 크게 줄어들어 종전의 권력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신, 그 잃어버린 권력은 세계에 산재한 ‘전자투자가 집단’이 움켜쥐고 있다. 왜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것일까.

답은 하나다.
세계가 글로벌 경제로 편입돼 단일 시장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국제시스템은 냉전시대를 대체한 ‘세계화’다.
세계화는 세계를 하나로 묶어 모두를 경쟁자로 내몬다.
그 심판자가 바로 ‘전자투자가 집단’인 것이다.

이 집단은 인터넷을 통해 마우스 클릭만으로 돈을 움직인다.
이들에겐 의리도 없다.

특정 나라의 사정은 안중에도 없다.
그저 이문을 좇아 이리저리 돈을 굴린다.
자신들의 투자 기준에 부적합하다고 평가하면 곧바로 투자금을 회수한다.

우리나라가 1997년 외환위기에 빠진 것도 이들 집단이 우리를 투자 부적격의 나라로 판정했기 때문이었다.
이들 집단은 매시 매분 각 나라에 대해 점수를 매긴다.

주주로서 투자가로서 해당 국가에 대해 신임 여부를 투표하고 있는 셈이다.
세계 각국의 국민은 대개 4년(우리의 경우 5년)마다 새 정부를 뽑지만 이들은 매일 유권자로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해당 국가로선 이들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다. 만약 이들의 횡포가 괘씸해 “너희들과 거래할 수 없다.
우리는 우리식으로만 살겠다”며 문을 걸어 잠그는 순간, 그 나라는 세계에서 외톨이로 전락된다. 또한 자급자족으로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한다.
이럴 경우 나라 경제 사정은 최악으로 치달을 것이다.

따라서 국가경제를 위해 각 나라는 이들 집단의 요구사항을 경청한다.
우리나라도 그랬다.
그래서 외환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

글로벌 경제에 편입될수록 해당 나라의 정책은 ‘세계화’된다.
특정 나라의 독자적인 기준보다 투자가들의 기준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달리 말해 다른 나라와 투자가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에 초점을 맞춰 정책을 마련하게 된다.
세계 각국의 경제정책이 비슷비슷한 것은 이 때문이다. 세계화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을 제외한 모든 나라의 대통령과 장관의 권한이 ‘반쪽’일 수밖에 없는 것은 이러한 까닭에서다.

제주국제자유도시가 추구할 정책 역시 ‘세계화’와 맞물려 있다.
투자유치활동도 이에 맞춰져야 한다.
이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