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듦의 미학
나이 듦의 미학
  • 김범훈 기자
  • 승인 2010.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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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공화당의 레이건 후보는 민주당의 먼데일 후보를 크게 누르고 재선에 성공했다. 당시 레이건의 나이는 73세였고 먼데일은 56세였다.

선거를 앞둔 1차 TV토론에서 먼데일이 우세했다. 그러자 먼데일은 2차 TV토론에서 승기를 확실히 잡기 위해 고령의 나이를 거론했다.

대통령 직무를 수행하는 데 나이가 많다고 생각하지 않느냐고 물었던 것이다. 레이건의 답변은 “나는 이번 선거에서 나이를 문제 삼지 않기로 했습니다” 였다. 이어 먼데일의 무슨 뜻이냐는 물음에 “상대방이 너무 젊고, 경험이 없다는 사실을 정치적인 목적에 이용하지 않겠다는 뜻입니다”라고 재치 있게 받아쳤다. 객석에선 웃음과 함께 박수가 터져 나왔다.

▲우리 선조들은 ‘일소일소(一笑一少) 일로일로(一怒一老)’라고 했다. 한번 웃으면 젊어지고 반대로 한번 화를 내면 늙는다는 뜻이다.

한의학적으로 웃음은 심장에 속한다고 한다. 한번 웃으면 심장이 기능이 좋아져 더 건강해진다는 것이다. 실제 1분간의 웃음은 10분간의 조깅 효과와 맞먹는다고 한다. 반면에 화를 내는 것은 간에 속한다고 한다. 한번 화를 내면 간이 상해서 쉽게 늙게 된다는 의미다.

소문만복래(笑門萬福來)라는 말도 있다. 웃으면 복이 온다는 얘기다.

알고는 있지만, 성 낼 때가 많아지고 나이 먹을수록 웃음과 유머를 잃고 사는 자신을 발견할 때가 많다.

▲일본의 스테디셀러 가운데 정신과의사 와다 히데키가 쓴 ‘사람은 감정부터 늙어간다’는 책이 있다. 사람의 노화는 체력이나 지력 저하에서도 알 수 있지만 그에 앞서 감정부터 늙어가는 데서 시작된다는 것이다.

감정은 일종의 느껴본 경험이다. 슬픔, 기쁨, 좋음, 싫음 따위 마음이나 심리상태를 말한다. 결국 감정의 노화는 슬픔의 눈물이 메말라가고, 기쁨의 웃음이 없어져간다는 의미다.

요즘 뜨는 느림의 미학처럼 새로운 건강 트렌드로 나이 듦의 미학을 생각해본다.

몸은 늙어가도 감정은 늙지 않게 좋은 사람들과 어울려 함께 웃고 함께 우는 시간들을 스스로 찾아볼 일이다. 나한테 물어보지만, 거부할 수 없는 말이다.

김범훈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