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졌던 피부질환이 창궐한다-옴(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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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왕 제주대학교병원 피부과 교수>

1970~1980년대 유행했던 감염성 피부질환들이 다시 증가하고 있다. 특히 최근 2~3년 사이 도내에는 고령 환자들을 중심으로 ‘옴’이 확산되고 있는데 본원의 경우 일주일에 4, 5명꼴로 신규 옴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옴은 폭발적인 감염력 때문에 주변 사람들에게 급속히 전파될 수 있으므로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될 수 있어 개별 환자의 조기 발견, 격리 조치 및 신속한 치료가 필수적이라는 점을 강변하고자 한다.

옴은 옴진드기에 의해 발생하는 전염력이 높은 피부질환으로 주로 암컷 옴진드기가 피부각질층에 서식하면서 터널을 만들고 충란을 낳으며 증식함으로써 발생하는 감염질환이다. 잠복기는 4~6주인데 주로 야간에 격심한 가려움증이 발생하며, 손·발·팔·다리·몸통 등 거의 전신에 걸쳐 붉은색의 크고 작은 구진들과 긁은 자국들이 발생하는데 겨드랑이·사타구니·성기·아랫배·엉덩이 등의 부위가 가장 가려움증이 심하다.

이 질환의 특징은 옴진드기가 피부각질층에 터널을 형성한 부위, 즉 ‘수도’라는 병소가 손가락 사이, 발등, 겨드랑이, 성기, 고환 등에 발생한다는 점인데 이는 옴의 진단적인 소견이라 할 수 있다. 옴의 진단은 눈에 보이는 육안 소견이 가장 중요하지만 ‘수도’라는 부위를 슬라이드 위에 긁어 오일을 점적한 후 현미경으로 옴진드기 성충, 약충, 유충, 충란 등의 존재를 확인하는 검사가 확진 방법이다.

옴이란 질환의 문제점은 첫째, 잠복기가 길고 피가 나도록 긁어야만 하는 심각한 가려움증이 주증상이기 때문에 다른 알레르기성 피부질환으로 오인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진단이 지연되면 상태는 악화돼 주변의 동료나 식구들이 모두 감염된 연후에 병원에서 옴으로 확진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둘째는 고령자, 면역력이 저하된 환자, 면역억제제를 복용중인 사람, 신경정신과 환자 등의 경우는 수십만 마리의 옴진드기에 감염되어 건선이라고 하는 특정 피부질환으로 오인할 수 있는 ‘노르웨이옴’의 형태를 보이게 된다. 이 경우 가려움증이 미미하고 손가락 사이에 수도가 많지 않아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으며 이들 환자는 주로 요양시설에서 우연히 발견하게 된다.

셋째, 영·유아나 소아의 경우는 어른과 달리 손발바닥·두피·얼굴 등에 빈발하고 물집이나 고름물집을 잘 형성하기 때문에 오진된 사례가 적지 않다. 심지어 어린 신생아인데 시골에 갔다가 옴에 걸린 이후 얼굴·두피·손발바닥에 심한 짓물과 물집이 생겨 여러 병·의원에서 수족구병, 수두, 헤르페스 등 다양한 병명으로 진단받고 6개월간 고생하던 중 아기의 엄마, 아빠, 형 등이 유사 증상을 보여 옴검사를 통해 집단 감염된 사례를 발견하기도 했다.

치료는 옴 치료용 도포제를 바르는 간단한 방법이지만 환자 이외에 의심되는 가족들도 모두 발라야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사용했던 모든 의복이나 침구류는 뜨거운 물에 삶고 야외에서 자외선에 말려야하며, 옴진드기가 몸에서 사멸되고 나서도 가려움증은 수주 혹은 수개월간 지속되기도 하므로 먹는 약을 보조적으로 먹어야 한다.

최근 요양병원, 재활원 등 노인을 대상으로 한 집단거주시설이 늘어나면서 같은 병실을 사용한 환자, 간병인, 보호자, 의료진 등에게까지 광범위하게 옴이 확산되는 추세다. 만약 옴이 가족, 학교, 군대, 직장 등으로 전파될 경우 공중보건학적 폐해는 실로 가공할만한 수준이 아닐 수 없다. 때문에 요양병원 뿐 아니라 각 병·의원 등 도내 모든 의료기관에서도 원인 불명의 전신적 가려움증을 호소하고 옴이 의심되는 고령의 신규 환자가 입원했을 경우 피부과 의사의 검사를 통해 옴 여부를 확인하고, 확진되면 즉각적인 치료를 개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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