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야 검사와 정의의 여신 ‘유스티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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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의 여신상은 법의 상징물이다. 한 손에는 저울을, 또 다른 한 손에는 칼 또는 법전을 들고 있으며, 일부 여신상은 눈을 감거나 눈가리개를 하고 있다. 정의의 여신상은 고대 그리스의 여신 ‘디케(Dike)’에서 연원한다. 디케는 이후 로마시대에 ‘유스티티아(Justitia)’로 바뀌고, 이것이 정의를 뜻하는 영어 ‘저스티스(Justice)’가 된다.

그래서인지 대부분의 나라들처럼 우리나라에서도 법무부를 ‘Ministry of Justice’라고 번역해 법무부의 영문 이름 속엔 법(Law)이 없다. 법이 곧 정의요, 정의가 곧 법이기 때문이다. 이는 법을 집행하는 데 있어 그 누구도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도록 공정하게 정의를 수호하고 구현해야 하는 정부 부처가 바로 법무부이며, 법무부 산하인 검찰이 이를 실현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의의 여신이 한 손에 쥐고 있는 저울은 법의 형평성을 내포한다. 법앞에서는 누구라도 저울의 양쪽에 섰을 때 그 무게가 같아야 한다는 의미로 평형저울을 들고 있는 것이다.

칼을 쥐고 있는 것은 법을 집행함에 있어 정확하고 엄격하게 집행하겠다는 표현이다. 혹자는 이 칼을 정의를 실현하는 국가의 권력, 모든 이가 법을 따르게 하는 힘을 나타낸다고 해석하기도 한다.

정의의 여신이 눈을 가리고 있는 이유는 눈을 뜨고 세상을 바라보게 되면 어쩔 수 없이 편견을 가지게 됨을 경계하기 위함이다. 즉, 학연이나 혈연, 지연 등 우리사회에서 문제가 되는 편견을 막고 돈이 있는 사람이든, 돈이 없는 사람이든 평등하게 법을 집행한다는 것이다. 또한 부당한 외압에 휘둘리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최근 인기리에 방영 중인 한 드라마에 ‘하도야’라는 열혈 검사가 등장한다. 시골 곰탕집에서 자란 하 검사는 말단검사지만 거침이 없다. 국회의원 부인을 수사하다가 정치권 압력을 받아 지방으로 쫓겨난 뒤엔 여당 대표의 비리를 추적한다. 우여곡절 끝에 비리에 접근하지만 정치권이 파놓은 함정에 빠져 검사 옷을 벗게 된다.

현실정치의 벽에 막혀 검사직을 박탈당한 하 검사는 대검찰청을 나오다가 갑자기 발길을 돌려 다시 검찰청 로비로 들어서 정의의 여신상을 바라보다 ‘검사윤리강령’을 소리쳐 외친다.

‘검사는 범죄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고 법의 지배를 통해 인간의 존엄과 권리를 보장함으로써 자유롭고 안정된 민주사회를 구현해야 할 책임이 있다. 검사는 이 책임을 완수하기 위해 스스로 높은 도덕성과 윤리 의식을 갖추고 투철한 사명감과 책임감을 바탕으로 이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

권력에 굴하지 않고 정의를 실현하고자 했던 하 검사가 끝내 울음을 터트리고 대성통곡을 한다. 결백한 하도야의 오열 연기는 안방극장을 안타까움으로 물들게 하며 시청자들의 심금을 자극한다. 방송에서 하도야는 현실 세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그래서 공정한 법 집행을 바라는 대중의 기대감이 만들어낸 드라마상의 이상적인 검사일 뿐이다.

그럼에도 하도야가 개인적 바람의 차원을 넘어 사회 정의 실현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은 정치와 경제 권력 앞에서 ‘법 앞에 만인은 평등하다’라는 진실은 통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평범한 서민들의 가슴을 울린다.

검찰은 우리사회 진실 규명의 최후의 보루라고 얘기한다. 진실 규명은 검찰이 수행하는 여러 기능 중 가장 중요한 기능이다. 검찰이 이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면 국민들은 진실을 밝혀달라고 더 이상 하소연할 곳이 없다.

그러면 정의는 무너져 내리게 된다. 법의 형평성과 공정성을 상징하는 정의의 여신 ‘유스티티아’가 말 그대로 동상이 아니기를 바란다.<고경업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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