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경만 하지말고 나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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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 20일전 제주특별자치도 추진과 관련한 설문내용을 작성할 때의 일이다.

면접조사에 나설 조사원 가운데 일부가 특정의 설문내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제주특별자치도의 내용도 어렵고, 행정계층구조 개편안에서 혁신적 대안이니, 점진적 대안이니 하는 것들을 처음 접한다는 것이었다.

이 내용은 설문의 핵심이어서 이를 뺐으면 한다는 일부 조사원의 입장을 수용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 내용을 숙지 시킨 후 면접조사에 나서도록 했다.

제주일보 창간 59주년을 맞아 제주대 관광과경영경제연구소 등과 공동으로 실시된 설문조사는 이러한 우여곡절끝에 그 결과(지난 1일자 보도)를 얻었다.

그러나 당황하던 일부 조사원의 모습이 그 결과에 그대로 투영됐다.

응답자의 상당수가 특별자치도와 행정계층구조 개편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던 것이다.

특별자치도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고있거나 매우 잘 알고있다가 10명중 4명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이름 정도는 알고있다(4.7명), 처음 듣거나 관심 없다(1.3명) 순이었다.

행정계층구조 개편문제에 대한 설문 결과는 이보다 더 심각했다.

10명 가운데 2명 꼴로 처음 듣거나 관심이 없다고 밝혔고, 3.6명만이 매우 잘 알고 있거나, 어느 정도 알고있다고 답변했기 때문이다.

남성보다는 여성이, 그리고 연령이 낮을수록 처음 듣는다고 답변하는 비율이 높았다.

어찌 보면 실로 맥 풀린 결과였다.

1년 여 동안 제주도정이 팔을 걷어 부쳐 홍보에 나섰고, 모든 지역언론이 집중적으로 이를 다뤘는데도 '이름만 들어 받거나' '처음 듣는' 도민이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분명 무언가 문제가 있다.

도정와 지역 언론이 엉뚱한 곳에서 우물을 팠음이 틀림없어 보인다.

이와 관련, 가까운 지인이 이런 말을 했다.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당시 만큼이나 지역경제가 어려운데 특별자치도나 행정계층구조 개편에 눈을 돌릴 여유가 있겠냐"고.

지역경제난이 모든 현안을 집어 삼키고 있다는 얘기였다.

사실 이번 설문조사는 경제문제에 대해서도 이뤄졌는데, 이에 대한 도민 관심은 지대했다.

경제난 해소를 위해 감귤 경쟁력 강화와 실업난 해결이라는 현실 처방을 요구하는 도민이 대다수였기 때문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특별자치도와 행정계층구조 개편에 대한 관심 저조를 경제난 탓으로만 돌려선 안 된다.

도민 공감대 형성을 위한 노력은 절대 부족한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지방의회 의원이 자신의 지역구에서 이 문제를 놓고 간담회 자리를 마련했다는 얘기를 개인적으로 들어본 적이 없다. 도정을 제외한 4개 시군이 반상회 등을 통해 지역민의 의견을 수렴하려 했다는 얘기도 들어본 바 없다.

만약 이러한 노력이 없었다면 해당 시군과 지방의회 의원들은 자신의 책무를 소홀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특별자치도와 행정계층구조 개편 문제의 직접적인 이해당사자가 지역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영향력 있는 인사일수록 이 문제를 정치적으로만 접근하려 하는 것 같다. 현안에 밝은, 그 많은 논객들이 침묵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을까.

어쨌든 두 현안에 대한 충분한 정보가 지역민에게 제공돼야 한다. 그래야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다.

그러니 책임 있는 위치에 있다면, 정보를 알리고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 뒷전에 서서 구경만 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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