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싸웠다, 제주유나이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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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는 지구촌의 언어다.

기독교를 많이 믿는 유럽이나 이슬람교를 많이 믿는 중동에서도 잘 통하는 언어다. 남미는 물론, 아시아, 아프리카에서도 가장 인기가 많은 것이 축구다.

야구라는 언어는 특정 국가에 한해 통한다. 미국 등 북중미의 일부 국가, 한국, 일본, 대만 등에서 야구팬들이 많다.

그러나 지구촌에서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 수는 축구에 비해 시쳇말로 ‘잽’도 안 된다. 또한 축구와 야구의 차이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어떤 이는 야구에서 승부를 가르는 90%는 투수에 있다고 한다.

초절정의 투수 1명이면 야구 경기를 쉽게 이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축구 경기에서 1명이 퇴장당하면 그날 경기는 사실상 질 가능성이 90%다. 클럽축구에서 지구촌을 대표하는 스페인의 레알 마드리드도 1명이 퇴장당해 10명만으로 경기를 치른다면 국내 프로축구의 어느 팀한테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을 것이다.

축구 천재 메시도 상대 편 선수 11명을 모두 제친 후 골을 넣을 수는 없다.

자기 자신을 제외한 선수들의 도움을 받으면서 상대 골문 앞까지 질주 해 골을 넣을 수 있는 것이다. 축구는 이처럼 조직력을 많이 요구하는 경기다.

제주유나이티드가 K리그 우승 문턱까지 갔다가 결국 실패했다. 지난 1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챔피언 결정 1차전에서 2-0으로 이기다가 2-2로 비겼다. 후반 추가시간에 터진 서울의 동점골은 제주의 속을 태운 골이었다.

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차전에서도 제주가 먼저 골을 성공시켰다.

그러나 심판의 애매한 파울 판정으로 페널티 킥이 선언됐고, 결국 1-1 동점골로 이어졌다. 또한 후반 중반에 추가골이 터지면서 제주는 1-2로 역전패했다.

2002년 월드컵에서 한국 팀을 4강에 올려놓았던 히딩크 감독은 반칙도 경기의 일부분이라고 했다. 마찬가지로 심판의 애매한 판정도 경기의 일부분이라면 할 말이 없겠지만 한국 축구를 위해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

제주유나이티드나 제주도민은 심판의 불공정한 판정도 서울 홈그라운드 텃세의 하나로밖에 볼 수 없다.

박경훈 감독도 이날 “굉장히 아쉽다. 전반전이 끝나고 잠깐 봤는데 전혀 페널티킥이 아니었다. 그런 부분이 굉장히 아쉽다. 진거에 대해서는 승복하지만, 그런 부분은 감독으로서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며 오심에 가까운 판정을 완곡하게 표현했다.

선수층이 두텁고 많은 관중이 몰린 서울 전에서 제주유나이티드는 잘 싸웠다. 종아리 부상을 입은 구자철도 후반전에 나와 싸웠고, 수비수 홍정호도 부상을 입은 상태에서 싸웠다. 선수층이 얇은 탓이다. 그러나 제주가 좋은 기량을 지닌 신인 선수들을 영입하고 있고, 기존 선수들도 ‘어느 팀도 물리칠 수 있다’는 자신감이 팽배해 내년에도 좋은 성적이 기대된다.

‘부드러운 카리스마’모습을 보이면서 지장·덕장 냄새가 나는 박감독. 그 밑에서 후배를 이끌어가는 캡틴 김은중, 광저우아시안게임을 통해 축구의 국제감각을 익힌 구자철·홍정호는 내년에도 승리의 구심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물론, 모기업인 SK의 제주유나이티드를 향한 투자 확대도 이뤄져야 한다.

과거 제주유나이티드가 제주로 이전 한 후 성적이 좋지 않을 때 시중에는 “SK는 돈을 쓰지 않고 성적도 제대로 나오지 않는 구단”이라는 말이 돌았다.

어려운 상황에서 이뤄진 제주유나이티드의 준우승은 SK 야구가 올해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한 것만큼 가치가 크다.

모기업도 야구만큼 축구에도 애정을 가져줄 것을 당부한다.

제주도민들은 제주유나이티드를 엄청 사랑한다.

박상섭 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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