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경제의 선순환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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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병기 제주농협 지역본부 부본부장>

최근 제주농촌은 그 어느 때보다도 활기를 띠고 있다. 감귤 수확이 한창이고 당근, 브로콜리, 무 등 겨울 채소류도 수확기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수확 시기를 놓칠세라 인력 구하기에 분주하고, 선과장 가동률이 높아지면서 현장 일손이 바빠지고 있다. 운송업체 등 연관 사업체도 분주하다. 제주산 농산물의 가격이 좋으니 바쁘고 힘들어도 모든 것이 흥겨워 보인다.

지난달 도매시장에서 감귤 평균가격은 10㎏당 1만6498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5% 높게 형성됐다. 채소류 도 당근(20㎏)은 3만6064원, 브로콜리(8㎏) 2만9536원 등 지난해 보다 43~45% 높은 가격을 보이고 있다. 무·쪽파도 좋은 가격을 받고 있다. 연초 양파, 마늘을 비롯해 만감류와 하우스감귤까지 사실상 모든 제주산 농산물의 시세가 좋아 생산농가들의 기쁨은 그 만큼 크다.

농산물가격 호조의 원인이 자연적 요인이든 시장 구조적 요인이든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농업이 제주경제를 꿋꿋하게 지탱하는 지주(支柱)산업이라는데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듯하다.

과거 농산물가격이 나쁘면 낮은 실질소득→낮은 저축률→소비성 부채 증가 및 투자 기피→낮은 생산력→낮은 실질소득으로 이어지는 농촌경제의 악순환(惡循環)을 보여왔다.

수요측면에서도 농산물 가격이 하락하면 낮은 실질소득→낮은 구매력→지역경제 투자 유인부족→낮은 생산력→낮은 실질소득의 악순환의 고리를 우리는 경험적으로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이제는 농촌발 제주경제의 순풍을 장기적인 선순환(善循環)의 흐름으로 잘 유지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때이다.

농가경제의 선순환을 위해 우선 농가의 입장에서 혁신이 뒤따라야 한다. 농가의 혁신이란 첫째, 새로운 품종의 도입, 새로운 생산방법의 현장적용, 품질의 고도화, 새로운 시장의 개척, 새로운 협동 조직의 결성 등을 말한다. 우량품종의 갱신, 토양검정을 통한 맞춤형 비료 사용, 유대가 탄탄한 판매조직을 만드는 것 등이 이에 해당된다.

둘째, 소득이 높을 때 재정관리도 체계적으로 해야 한다. 기업이 이익 날 때 투자를 위한 건전한 자본 축적을 하듯 농가의 재정관리도 마찬가지다. 금리가 높은 악성부채는 먼저 갚고, 더 나은 부가가치가 창출될 수 있는 곳에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 농협이나 전문가의 상담을 통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셋째, 산지 유통조직의 재정비가 필요하다. 최근 산지 농협을 중심으로 대형산지유통센터(APC)를 설립하고 공동선별·공동계산을 원칙으로 하는 공선출하회(共選出荷會)를 조직해 소비시장의 변화에 대응해 가고 있다. 생산물의 균일화, 고품질화, 규모화와 연중 생산체계를 갖춘 경쟁력 있는 산지 유통조직으로 나가야 한다. 규모도 키우고 참여율도 더 높여야 한다. 브랜드 통합과 위생·안전성 관리를 강화해야함은 말할 것도 없다. 이는 도매시장에서 농가 수취가격을 높이고 대형유통업체에 직거래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길이다.

넷째, 소득이 높아지는 만큼 농촌경제의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 계약출하의 약속을 파기하거나 법규를 어기면서 비상품을 출하하는 행위는 없어져야 한다.

위험 대응체계를 일상화해 농작업시 안전사고를 줄이고, 재해에 미리 대비하는 지혜를 보여 줘야 한다.

이같은 노력들이 더해져 높은 소득 →높은 자본축적→투자확대→높은 생산력→높은 소득으로 이어지고, 높은 소득이 구매력을 자극해 지역경제가 활성화될 것이다. 농촌경제의 선순환을 위해 편안한 때도 앞으로 닥칠 위태로움에 대비하는 ‘거안사위(居安思危)’ 정신을 생각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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