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늘
그늘
  • 김범훈 기자
  • 승인 2010.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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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한파의 냉기가 우리사회 곳곳을 얼어붙게 한다. 경기지표가 호전기미를 보인다고 하나 서민경제도 여전히 춥다.

부익부 빈익빈으로 대변되는 양극화의 골만 깊어가는 요즈음이다. 이런 때 일수록 그늘진 이웃들은 온정이 그립고 곤경에 처한 사람들은 도움이 아쉽다.

21세기 자본 만능시대에 그늘진 인생을 산다는 것은 너무 힘든 일이다. 그러나 그늘진 인생을 산다는 것은 저주도 불행도 아니다. 불편한 게 남보다 많을 뿐이다. 또한 어느 누구든 그늘 없는 삶은 없다. 그늘을 어떻게 여기느냐 하는 인식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요즘 부쩍 애송되는 시가 있다. 정호승 시인의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다.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그늘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그루 나무의 그늘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나는 눈물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눈물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방울 눈물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기쁨도 눈물이 없으면 기쁨이 아니다/ 사랑도 눈물 없는 사랑이 어디 있는가/ 나무 그늘에 앉아/ 다른 사람의 눈물을 닦아주는 사람의 모습은/ 그 얼마나 고요한 아름다움인가>. 이명박 대통령도 이 시를 좋아한다며 “괴로움이나 어려움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사랑을 모른다는 내용이 가슴에 와 닿는 시”라고 말했다.

▲지역사회는 갈수록 가중되는 경제난으로 모두 힘들어하는 모습들이다.

사람은 힘들고 고통스러울 때 더욱 강해진다고 한다.

그러나 주변의 위로와 격려 그리고 도움이 없다면 삶을 반전시키기가 결코 쉽지 않다.

정호승 시인이 ‘다른 사람의 눈물을 닦아주는 사람의 모습’을 ‘고요한 아름다움’이라고 했듯이 춥고 그늘진 이웃들에게 보내는 온정의 손길 역시 가장 아름답다.

하지만 제주도청 로비에 세워진 불우이웃성금 ‘사랑의 온도탑’의 빨간 눈금은 좀체 오르지 않는다. 다른 지역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비리와 부정이 밉다고 이웃을 외면하는 것은 어려울수록 자신보다 남을 위해왔던 제주사회의 참모습이 아니다.

그늘진 이웃들에게 변함없는 사랑과 관심을 보내야 할 때다.

김범훈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