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눈과 신묘년의 설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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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박눈이 소복이 내리는 분위기 좋은 연말의 어느 날 밤, 식탁 위에 촛불을 켜놓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마주앉아 포도주를 한 잔씩 마시면서 경인년 한 해를 돌이켜보면 어떨까? 포도주 고유의 맛과 향이 배어있는 분위기와 함께 백호해에 체험한 삶의 희로애락을 하나씩 반추하면서 어제와 오늘과 내일을 음미하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어쩌면 잔잔한 미소와 쓴웃음이 교차로에서 만나는 순간에 찬란한 꿈이 날개를 펼칠 수도 있을 것이다.

추억을 담은 눈이 내리기 시작하면 더 따뜻해지며 포근해진다. 이 현상은 많은 양의 물이 얼어서 얼음이나 눈으로 변하는 과정에서 열이 방출되기 때문이다. 이것은 눈이나 얼음을 녹이려면 열을 가해야 된다는 사실로부터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액체 상태의 물 한 방울안에 있는 분자들은 결합이 상당히 느슨하고, 이들은 자유롭고 무질서하게 미끄러지며 돌아다닌다. 그러나, 이 물방울이 눈송이라 부르는 아름다운 육각형의 결정으로 얼게 되면 물 분자들은 자신의 위치를 지키게 된다. 그래서, 눈송이는 무질서한 액체 상태보다 에너지를 적게 가지고 있다.

눈송이가 물방울보다 에너지를 적게 가지고 있으면 여분의 에너지는 어디로 갔을까? 이것이 바로 에너지가 열의 형태로 대기 중에 방출된 것이다. 즉, 1g의 물이 1g의 얼음 또는 눈으로 변하면 주변 공기는 대략 80cal의 열을 얻는다.

눈이 만들어지기 시작할 때 수백억, 수천억 그램의 물이 얻다는 것을 생각하면 포근해지는 것은 당연하다. 토마토 잎사귀 위의 물도 얼면서 열을 내놓기 때문에 이 잎사귀는 열을 흡수하여 온기를 얻을 수 있다.

그런데 마음을 녹이는 눈공은 어떻게 뭉쳐질까? 이것은 얼음이나 눈에 압력을 가하면 녹기 때문에 가능하다. 눈을 뭉칠 때 발생하는 압력 때문에 눈송이 일부가 녹는다. 그러면 물의 막이 형성되어 눈송이끼리 서로 미끄러질 수 있게 되고, 그 결과로 눈공이 뭉쳐지는 것이다. 그러나, 눈의 대부분은 빙점하에 있기 때문에 일부 녹은 눈은 이내 다시 얼게 된다. 이렇게 다시 언 물이 시멘트 역할을 해서 눈공이 뭉쳐진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다.

눈공을 맨손으로 뭉치면 체온 때문에 바깥쪽 층이 녹는다. 이것이 재차 얼면 아주 단단한 무기가 될 수도 있다. 어떤 눈싸움 전사들은 눈공을 물에 적셔 더 단단하게 만들기도 한다.
강추위 속에서는 눈공을 만들 수가 없다. 이것은 눈이 빙점보다 훨씬 온도가 떨어지면, 힘껏 눌러 압력을 가해도 눈송이를 녹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손아귀에 넣고 아무리 눌러도 그냥 부스러지고 만다.

개인적·국가적 측면에서 다사다난했던 일들을 한 해의 끝자락에서 마음의 눈(心雪)과 대자연 속에 승화시키고, 희망찬 신묘년을 멋지게 디자인하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 산과 바다, 나무와 꽃, 그리고 갈매기와 바람은 저절로 생성된 것이 아니고, 어려운 여건들을 극복하면서 스스로 그렇게 만들어낸 것이다. 그러면서도 우주적인 조화와 질서를 어기지 않는다. 우리도 척박한 환경을 극복하고, 신묘년이라는 대지를 잘 가꾸면 견실한 열매를 수확할 수 있을 것이다.
<제주대학교 화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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