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문화예술의 위기, 누구의 책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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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용준 제주문인협회장/희곡작가>

문학이 모든 예술의 기초요, 정수임을 모르는 이는 없다.

1972년 제주문인협회가 결성되고 그해 가난한 문인들이 주머니를 털어 ‘제주문학’을 창간했다. 문화예술의 불모지였던 제주에 자생적 문화예술단체의 싹이 텄고, 금년 말이면 53집을 내게 된다.

그렇게 제주예술의 본령으로 자부해온 ‘제주문학’지가 존폐의 기로에 놓이게 됐다.

제주도가 문화예술 활동을 단순한 ‘행사’로 취급하고 지원금을 턱없이 삭감해버렸기 때문이다. 3년 전에는 부족한대로 인쇄비가 지원됐다. 그런데 2009부터는 보조금 신청도 받지 않고 일방적으로 전년도 지원금의 40%를 삭감하더니, 2010년에도 작년 보조금의 40%를 다시 삭감해버렸다.

그런데 2011년에도 또 금년 보조금의 40%를 삭감한다니, 아예 예술 활동을 지원하지 않겠다는 소리다. 450만원으로 두 권의 책을 만들라니 무지의 소치라 해도 정도가 지나치다. 나머지는 수익자 부담 원칙을 적용해서 자체부담 하란다.

수익자 부담원칙이라면 ‘제주문학’발간의 수익자가 문학인이란 말인가?

그간에도 부족한 인쇄비를 친지, 선·후배들의 후원을 받아 겨우 발간해왔는데…. 훌륭한 문학 작품 한 편의 원고료에도 미치지 못하는 알량한 보조금을, 받으려면 받고 아니면 말라는 강압적인 태도다.

이것은 비단 ‘제주문학’만의 문제가 아니다. 음악, 미술계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지역간 교류 행사, 전국적인 문화예술행사가 아예 지원을 못 받는 경우도 생겼다. 심지어 2011년에 수립돼야 할 제주문화예술진흥 중장기계획 용역비마저도 전액 삭감되었다. 그야말로 제주문화예술이 고사 직전에 놓였다.

화장실 정비, 마을 공원 정비 등 눈에 보이는 것에는 기 십억 원을 배정하면서, 국내 물류비, 대중매체 홍보지원에는 막대한 보조금을 지원하면서 순수 문화예술에는 기 백만원으로 생색을 내려한다. 국민의 혈세를 집행하면서 문화예술을 이렇게 멸시할 수 있는가?

문화예술은 앞으로 제주를 먹여 살릴 블루오션인데, 문화환경을 위축시켜 예술행사가 중지된다면 도민의 문화의 질 향상은 어떻게 하고 그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지난 11월 말에 6대 광역시와 제주예총 세미나가 제주에서 열렸다.

4대강 사업 때문에 교부금이 줄었다면 타 시·도도 마찬가질 텐데, 타 시·도는 전혀 문화예산이 줄어들지 않았다는 것이다. 제주는 특별자치도니까 특별한가 보다는 비아냥을 들었다.

제주자치도는 ‘민간보조금기준보조율’이라는 걸 만들었다. 그래서 민간보조금은 매년 총액예산 증가율 대비 감축기조로 운영한다고 했고, 총액한도제를 정해 예산을 실국별로 배분했다.

문화관광국에서도 뭉퉁 잘려 배정된 액수에 한숨이 나올 법도 하다. 한데 언제까지 대책 없이 매년 반액으로 잘리는 문화예산을 수수방관만 할 것인가?

문화예술을 스포츠 이벤트 행사나 건설 사업과 똑같은 잣대로 재는 무지한 마인드가 국제도시 추진에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심히 우려된다.

문화예술이 없는 ‘살기 좋은 제주’, ‘국제자유도시’를 생각이나 해 보았는가? 문화예술은 미래의 행복을 위한 투자이고, 인간다운 세상을 위한 투자여야 한다.

도의회와 문화정책담당자들은 고사 직전에 놓인 문화예술을 살릴 책무가 있다. 공복으로서 도민들의 문화 향수권 진작을 위한 문화예술 활동 지원은 필수적이다. 성숙하고 쾌적한 문화도시, 살기 좋은 제주를 만드는 첫째 조건이 무엇인가? 당장 목전의 득실을 따질 게 아니라 백년대계를 위한 거시안적 사고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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