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 날, 그 쓸쓸함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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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오늘)은 1973년 문화 진흥을 위해 정부가 제정한 문화의 날. 노무현 정부의 지방분권 기치와 함께 지역문화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지만, 웬지 제주지역에선 문화의 생일날이 즐겁지않다.

문화의 날을 도민들이 기억하지 못해 서운한게 아니다. 제주도의 문화예술의 현장을 보노라면 문화의 날이 ‘생일’날이 아니라 마치 ‘반성문’을 강요하는 날로 전락했다는 자괴감이 앞서기 때문이다.

제주문화예술에 대한 자괴감은 몇몇 문화예술관련 자료에서 극명히 드러난다.

2002년 한국문화정책개발원(현 한국문화관광정책연구원)이 발표한 ‘국민문화지수개발연구’는 제주지역의 문화지수를 통계적으로 도출해 보여준다.

이 연구는 ‘문화유산 지수’ ‘문학예술 지수’ ‘대중문화 지수’ ‘사회문화적 활동 및 여가 지수’로 구분, 지역별 통계(16개 시도 기준)를 집계했다.

제주의 경우 문학인수, 공연단체수 등을 토대로 한 ‘문학예술 지수Ⅰ’은 6위, 출판사 수 , 연간공연 및 전시시설 인구 등을 기초로 한 ‘문학예술 지수 Ⅱ’는 5위로 중상위권이다.

그러나 시.군 단위로 국민 문화 지수를 비교할 땐, 영 딴판이다. 전국 시.군.구 234곳 가운데 제주도내 4개 기초자치단체는 대부분 문화지수 하위권에 가깝다. 제주시가 72위, 서귀포시가 126위, 북제주군이 145위, 남제주군이 152위이다.

제주도의 문화자긍심이 와르르 무너지는 통계지만, 자치단체의 문화예술 인력과 예산현황을 보면, 그 놀라움과 충격의 원인이 무엇인지 알수 있다.

2004년도 제주도의 일반회계 예산은 7826억. 이 가운데 제주도 문화예술 분야 예산은 274억. 전체 제주도 예산의 3.6%이다. 대부분 예산은 문화재 정비보수에 편성됐다. 자그마치 176억원. 문화재 정비보수 분야 156억원, 박물관 관련 예산 20억원이었다. 반면 순수문화예술 예산은 64억원뿐이다. 문화진흥 부문 33억원을 합쳐도 100억원이 채 안된다.

제주도 문화예술 인력은 어떤가. 제주도 전체 공무원은 1500여명. 제주도 문화예술과 직원은 일용직 1명을 포함해 13명(문화계 4명, 예술계 2명, 문화재계 4명)이다. 제주도 산하 제주도문화진흥원은 총 21명을 포함하더라도, 34명에 불과하다. 제주도 전체 공무원의 0.02%가 ‘문화제주’의 행정을 담당하는 인력이다.

담당공무원 배치도 들쭉날쭉 했다. 지난해 신설된 제주도 예술계의 경우 예술담당을 파견 근무자를 배치하거나 빈 자리로 두어 ‘신설계’ 시늉만 냈었다. 몇 달간은 직원 1명뿐인 ‘나홀로 계’로 전락했었다. 그나마 최근 예술담당을 충원해 ‘나홀로 계’를 탈피했지만, 제주도정의 문화예술 마인드를 읽는데 부족함이 없는 징표였다.

도문화진흥원의 경우 ‘문화진흥’을 위한 특별사업소 임에도, 문화진흥 부서가 사라진지 오래다. 문화진흥과는 서무계와 시설계로 구성돼 있다. 과(課)와 계(系)의 내용이 합치되지 않는다. 뿐만 아니다. 무대계와 공연계로 구성된 공연과는 문예회관 공연분야 대관업무와 도립예술단 운영관리를 맡고 있다. 문화진흥원 직제와 업무를 살피면, 문화진흥 사업소라기 보다는 문예회관 대관 관리사업소라는게 어울린다.

요즘 제주도내 곳곳은 도로 확.포장 공사로 온 섬이 쿵쾅쿵쾅 거린다. 회계상 잡힌 도로예산을 쓰기위해서라고들 한다. 하여 중산간부터 해안도로까지 요란한 포크레인 소리를 쉬 들을수 있다.

올해 제주도 도로분야 예산은 783억원. 총예산의 10%에 이른다. 제주도 면적당 도로 점유율은 전국 최고에 가깝다. 전국 평균 도로 점유율이 2.5%인데, 제주는 3.94%이다. 제주도 면적 1847㎢ 중 지적공보상 도로로 표시된 면적은 72.85㎢에 이른다.

제주문화 진흥을 위한 소리가 제주섬 곳곳에서 도로 뚫는 소리처럼 펑펑 울리는 날을 기대해봄은 지나친 것일까. 신작로처럼 훤히 뚫린 과수원길이나 농로 주변에 문화의 굉음소리가 요란하게 울려퍼지는 날은 언제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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