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진정한 교육복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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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길주 前 제주학생문화원장/수필가>

무상급식이 교육복지의 전부인 것처럼 날선 주장들이 매스컴에 오르내리며 민심을 뒤흔들더니 이제는 좀 조용해지는가 싶다.

전문 집단의 면밀한 검토와 여론 수렴, 의회의 정당한 의결 절차를 거쳐서 시행하여도 늦지 않을 텐데 정치적 여론몰이로 성급하게 결판을 짓는 것 같아 씁쓸하다. 이제는 차가운 이성으로 되짚어볼 시점이다.

자가 급식이 학교 급식으로 전환되면서 초기에는 급식비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가정도 많았다. 차차 무상급식을 확대하면서 별 탈 없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급기야는 무상급식 전면 실시가 정책공약으로 내걸리고, 이는 정가(政街)뿐 아니라 나라 전체를 떠들썩하게 만드는 핫 이슈로 급부상했다. 따라서 무상급식 전면 실시에 대한 찬반 공약이 유권자의 표심을 자극하고 선량(選良)들의 당락을 좌우하는 데까지 영향을 끼쳤다.

어려운 가정이야 급식비가 가계의 부담이겠으나 일반 가정까지 요란을 떨 만큼 부담스런 건 아니지 않은가. 그렇지만 그 이면에 공짜니, 우월감이니, 수치심이니, 친환경이니 하는 그럴듯한 심리요인들이 뒤섞이면서 군중심리가 요동치고 결국 뜨거운 논쟁거리로 떠오른 것이다.

부끄럽고 슬픈 일이다. 우리 교육현실에 무상급식보다 더 긴요한 정책적 과제가 진정 없단 말인가? 유상급식과 무상급식에 우월감과 수치심이라는 게 따라붙는다면 우리의 삶 전반에 그렇지 않은 게 어디 있겠는가. 서로 다른 환경에서 태어나는 것 자체가 그렇고, 의·식·주 모두가 마찬가지다. 생필품처럼 쓰이는 자동차도 균등을 강제해야 하지 않겠는가.

우리 교육의 최우선 과제는 공교육의 질을 높이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현장 적용에 필요한 인적·물적 자원을 갖추는 데 투자가 우선되어야 한다. 넉넉한 집안의 아이들에게까지 무상급식을 실시하는 것은 어쩌면 역차별을 심화시키는 것일 수도 있다. 그들은 공교육의 혜택을 받지 못해도 얼마든지 사교육의 특혜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전면 무상급식 재원을 공교육에 투자하여 사교육 혜택의 사각지대에 있는 어려운 가정환경의 자녀들에게 그 갭을 줄일 수 있도록 기회의 장을 확대해 주는 게 옳다.

인생역전의 길은 두 갈래란 생각이다. 하나는 요행으로 통하는 사도(邪道)이고, 다른 하나는 정도(正道)다. 그 정도가 다름 아닌 교육에 의한 입신과 출세가 아니겠는가. 돈이나 여타의 힘으로는 도저히 승산이 없는 아이들이 교육을 통하여 실력을 쌓고 지향하는 성공의 관문을 통과하거나 좋은 일자리를 차지하는 것이다. 그걸 돕는 게 진정한 교육복지다.

대입(大入) 시즌이다. 다행히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우리 제주 학생들의 수능성적이 전국 최상위에 올랐다. 원하는 대학, 원하는 학과를 선택 할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진 것이다. 인생역전의 단초를 꿰찰 가능성을 높인 것이니 얼마나 기쁘고 장한 일인가.

더구나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전국 16개 시·도교육청 청렴도평가에서 최고의 성적을 차지했다니 겹경사다. 따지고 보면 교육관리 시스템이 맑고 투명하게 작동했으니 학력 관리에도 진력(盡力)할 수 있었고, 그 결과가 전국 최고의 수능성적이란 영예를 일궈낸 것이다. 차제에 ‘강남 불패’란 신조어처럼 ‘제주교육 불패’라는 새로운 용어를 탄생시켜야 한다.

유학(遊學)행렬이 서울에서 제주로 역류하게. 그것은 제주교육 신화의 창조가 아니겠는가. 기대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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