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스 시그마’와 ‘불량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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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후진국이어서 그런가.
우리 정치인의 부침(浮沈)은 상대의 실수에 기대곤 한다.

경쟁관계에 있는 정치인이 발을 헛디딜 때 기회를 맞고, 또한 인기를 만회하기 때문이다.
희망의 정치로 유권자의 관심을 얻기보다는 상대 정치인의 무리수 덕에 유권자의 선택을 받는 경우가 많다.

선거전이 대부분 네거티브로 흐르는 것은 이러한 연유에서다. 상대의 약점을 파고들어 흠집을 내는 것이 한국 정치의 주된 선거전략이 되고 있는 것이다.

유권자들도 이런 정치 풍토에 상당부분 길들여졌다. 네거티브 전략을 구사하는 정치인에 대해 환멸감을 느끼면서도 이에 말려들기 일쑤다.
우리 정치판이 실수가 남발하는 ‘불량 정치’로 오염된 셈이다.
현실이 이렇다면 실수를 최대한 줄이는 것만이 정치인으로서 살 길이다.

경영관리철학 가운데 실수와 낭비를 없애는 데 중점을 두는 것이 있다.
‘6(식스) 시그마’가 그것이다. 시그마는 실수를 얼마나 하느냐를 보여주는 지표이고, 식스는 완벽을 의미하는 수준이다.

따라서 식스 시그마는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실수를 없애는 것을 말한다.
구체적으론 제조회사가 100만개의 제품을 생산할 때 불량 제품을 3~4개 이하로 묶는 것을 의미한다.

GE를 비롯한 세계 유수기업이 이를 채택한 이유는 간단한 논리에 근거한다.
대부분 고객은 흡족한 제품엔 자랑하지 않고 침묵하나, 불량 제품에 대해선 기회 있을 때마다 불만을 성토한다.

때문에 식스 시그마를 시행하고 있는 회사는 철저한 품질관리로 생산비도 줄이고, 돈 안 들이고 제품 홍보도 하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누리고 있다.

유권자의 심리 변화에 약삭빠른 우리 정치권도 ‘고객 불만’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문제는 자신들이 저지른 실수엔 둔감하고, 상대의 것엔 민감하다는 점이다.
여야가 그렇다.
집권당인 민주당은 ‘병풍’과 ‘세풍’, ‘북풍’을 한나라당의 ‘실수’로 몰아붙인다.

한나라당은 대통령의 아들 문제를 비롯한 ‘국민의 정부’의 각종 비리와 의혹을 제기하는 것만으로 반대급부를 얻고자 한다.
이 사안들은 연말 대선의 주요 변수임에 틀림없지만 대선 판도를 가를 내용은 못 된다.
고객인 유권자들이 서로 물고 뜯는 여야의 행태에 분노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스스로의 잘못과 실수에 너그러운 그 뻔뻔스러움에 어이없어 한다.
살피면, 한나라당은 원내 제1당으로서 체신을 지키지 못했다.

집권당에 대해 무조건적인 반대입장을 보이는 경우가 흔했다.
일정부분 냉전의 논리로 남북관계를 바라보는 시각도 상당수 국민을 실망케 하기에 충분한 것 같다.

민주당은 ‘국민의 정부’의 실정 부분에 대한 반성이 미흡했다.
오히려 ‘국민의 정부’와 무관하다는 입장만을 견지하고 있다.

야당만은 결코 할 수 없다는 식의 정권 재창출에만 혈안이 된 모습도 안타깝다.
이런 와중에 명분 없는 내분에 휩싸여 있다.

기존 정당의 불신이 특별한 정치적 경륜이 있다고는 볼 수 없는 정몽준 바람(정풍)을 몰고 왔다.

그는 정치적인 일을 그리 많이 하지 않았기 때문에 실수가 적었다고 할 수 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그에 대한 검증작업, 즉 ‘실수 찾기’에 나서고 있으니 그 또한 이에 자유로울 수 없을 것 같다.

어쩌면 유권자들은 이번 대선에서 비전 제시보다 실수를 가장 적게 한 후보에게 관심을 가질지도 모른다.
더 나아가 자기반성아래 실수와 낭비를 없애는 후보에겐 분명 높은 점수를 줄 것이다.

정치권이 식스 시그마에 주목할 이유가 충분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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