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밤' 밝히며 생명공학 신기원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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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필 연구팀의 제주대 줄기세포연구센터를 가다(상)
▲ 오른쪽 아래부터 시계방향으로 박세필 제주대 줄기세포연구센터장, 김은영 제주대 줄기세포연구센터 부설 서울연구소장, 박효영 줄기세포 연구팀장, 노은지 연구원(석사과정 4학기), 박민지 연구원(석사과정 4학기).

생명공학(BT)에서도 줄기세포는 난치병 치료와 우수 종 복제 등 인간이 꿈꾸는 새로운 세상을 가능하게 할 것으로 기대되면서 전 세계가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주목하고 있는 분야이다.

 

특히 오바마 미 대통령이 2009년 3월 배아줄기세포 연구지원을 재개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함으로써 이 분야를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수면 위로 부상, 갈수록 각국의 각축전이 치열해지고 있다.

 

국가차원의 대대적인 지원을 받고 있는 선진국과는 달리 이른바 ‘황우석 파동’으로 어려운 현실 속에서도 제주도와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 경쟁력을 쌓아가고 있는 박세필 연구팀의 제주대 줄기세포연구센터를 2회에 걸쳐 소개한다.<편집자 주>


“예상보다 너무 작지요? 처음 오신 분들은 대부분 실망스런 모습들입니다.”

 

2011년을 코앞에 둔 지난해 12월 말, 제주대 줄기세포의 핵을 이루는 부설 서울연구소를 처음 방문한 기자가 이 곳 저 곳을 두리번거리자 박세필 제주대 교수(제주대 줄기세포 연구센터장)가 웃음 띤 얼굴로 먼저 말을 건넸다.

 

사실 그랬다.

 

제주대 줄기세포 연구센터가 어떤 곳인가.

 

멸종 위기인 제주흑우를 처음으로 복제한데 이어 죽은 제주흑우의 냉동세포로 흑우를 복제하는데 성공해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곳이 아닌가.

 

더불어 국내에서 처음이자 세계에서 3번째로 난자 없이 사람의 피부세포 만으로 만능줄기세포(iPS)를 만드는데 성공했을 뿐 아니라 이를 이용해 심장근육세포로 분화시키는데 성공함으로써 또다시 집중적인 조명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막상 찾아간 부설연구소는 서울 건국대 인근 골목의 한 건물 2층에 너무나 평범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학내 벤처인 미래생명공학연구소(소장 김은영)를 겸하고 있지만 전체 면적이 165㎡ 정도에 불과했다.

 

장비보관실을 겸하고 있는 66㎡ 규모의 사무실은 올해야 추가로 확보됐다.

 

여기에 각종 실험실, 무균실, 정수 시스템, 그리고 비상시를 대비한 자가 발전기까지 줄기세포 연구를 위해 필요한 시설을 갖췄다.

 

그러다보니 실험재료 보관을 위한 냉장고를 2층으로 쌓는 등 각종 장비로 인해 여유 공간을 찾아볼 수 없었다.

 

수십억원대 고가 장비는 필요시 인근 건국대 공동실습관을 이용해 해결하고 있다는 설명이뒤따랐다.

 

박 교수는 “BT산업이 현미경적인 산업이기 때문에 가능하다”면서도 연구원들의 휴식 공간 부재 등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박 교수 팀이 서울에 부설연구소를 운영하는 것은 연구 상의 필요성 때문으로, 가락동 도축장은 박 교수팀 연구의 출발지이다.

 

연구원들은 동물복제에 사용되는 기본 재료인 난자를 구하기 위해 매일 새벽 소 도축이 이루어지는 오전 8~12시 도축장에서 난소를 채취해 온다.

 

피 묻은 작업복 차림으로 연구소로 돌아오는 여성 연구원들을 위해 겨우 화장실 내 좁은 공간을 쪼개 세탁실을 마련했다.

 

박 교수는 “제주에서는 소를 많이 도축하지 않아 샘플을 구하기가 어렵다”며 “서울의 경우 불임센터 활용, 정보 획득 등 여러 면에서 이점이 많다”고 설명했다.

 

여러 가지 어려움 속에서도 부설연구소에 대한 박 교수의 자부심은 대단했다.

 

박 교수는 “10여 차례 정제과정을 거치는 정수시스템을 가동하는데만 3000만원이 드는데, 정밀검사때는 인근 연구팀에서도 찾아 온다”며 “전체 연구원 8명의 이 작은 연구소가 국내 수많은 IT.BT 연구소 가운데 국가에서 중점 관리하는 14개 연구소 중의 하나”라고 소개했다.

 

더욱이 개교 60년을 앞두고 있는 제주대가 처음으로 다른 지역에 마련한 부설연구소로서 제주대의 첨병 역할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또 하나의 의미를 부여했다.

박 교수를 포함해 8명의 연구소 식구들은 당번을 정해 하루 3끼를 연구소에서 해결하면서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연구소를 지키고 있었다.

 

연구원 가운데 대부분은 제주대 출신으로, 6명은 여성이다.

 

이들은 남성도 힘든 도축장 난소 샘플 채취부터 연구에 이르기까지 여념이 없었다.

 

박민지 연구원(석사과정 4학기)은 “처음 도축장에 갔을 때는 생소하고 징그럽기도 했는데 어느새 면역이 됐는지 이제는 괜찮다”며 웃었다.

 

박 연구원은 졸업 후 대학원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박 교수팀을 알게 됐고, 서울연구소 근무를 자원했다.

 

박 연구원처럼 대부분의 연구원은 석.박사과정의 학생들로, 화상수업과 월 1~2회 정도의 제주행 출석수업으로 학업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대학과 떨어져 있는데다 경제적.시간적 제약 속에서도 자신들의 발품과 실험이 연구의 결실에 도움이 되는 것을 보람으로 삼으며 내일의 꿈을 키우고 있었다.

 

김은영 서울연구소장은 이들 연구원 가운데 일부를 올해부터 제주대 본교에서 학생들을 지도하는 조교로 양성할 계획임을 내비쳤다.

 

김 소장은 “제주에서 서울처럼 연구를 하고 싶어도 여건이 되지 않는 학생들을 위해 2011년에는 대학 내에 일부 시설을 할 예정”이라며 “서울연구소 학생들을 더 단련시켜 서울과 제주에서 동시에 연구를 수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김 소장은 제주흑우 등에서의 성과를 효율적인 연구시스템의 결과로 돌렸다.

 

김 소장은 “물론 기술은 단시간에 이뤄지지 않는다. 오랜 기간의 연구가 기반이 돼 성과를 내고 있다”면서도 “도축장 난소 채취와 배양부터 제주 연구팀과 현장 관계자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열의를 갖고 적극적이어서 큰 힘을 얻는다”고 말했다.

 

김 소장의 말처럼 서울연구소의 연구 결과는 비행기를 통해 도내 목장으로 보내져 곧바로 임상실험으로 이어진다.

 

비좁은 연구소에서도 중단 없는 이들의 노력이 우리나라 생명공학의 미래를 밝게 해주고 있다.

홍성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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