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를 숨기지 못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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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후 4·3희생자유족회 사무국장/소설가>

신묘년 새해가 밝았다.

묵은 해 경인년을 정리하고 새로운 희망을 서로 건네는 한해가 되길 바란다.
지난해 12월말 뉴욕타임스(NYT)는 ‘2010년의 단어들’을 선정, 발표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당시의 ‘부부젤라’는 참견이 난무하는 상황을 뜻하는 대명사가 됐다.


세라 페일린 전 알래스카 주지사가 트위터에서 ‘반박하다(repudiate)’의 철자법을 혼동해 말실수를 한 ‘리퓨디에이트(refudiate)’는 ‘자신도 뭘 말하는지 모르면서 중얼거리는 것’을 뜻하는 동사가 됐다. 중국에서도 ‘창(漲)’과 ‘담담하다’는 의미를 지닌 ‘담(淡)’이 각각 중국과 대만의 ‘2010년 한자’로 선정됐다.

중국 네티즌들이 2010년의 한자로 ‘창’을 선정한 것은 2010년 한 해 물가상승으로 서민들의 주름살이 그만큼 깊어졌다는 것을 반영한 것이다.


감출 장(藏), 머리 두(頭), 드러낼 노(露), 꼬리 미(尾). 장두노미(藏頭露尾).
머리는 숨겼지만 꼬리는 숨기지 못하고 드러낸 모습을 뜻하는 말. 쫓기던 타조가 머리를 덤불 속에 처박고서 꼬리는 미처 숨기지 못한 채 쩔쩔매는 모습에서 생겨난 말이다.

‘교수신문’은 지난 해 12월 초 전국 대학교수 21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전체의 41%가 2010년 사자성어로 ‘장두노미’를 꼽았다.
이에 대해 고려대 이승환 교수는 2010년 대한민국의 정치는 17세기 갈릴레이의 시대로 후퇴했다고 일갈(一喝)하기도 했다. 갈릴레이는 망원경을 발명해 천체를 관측한 끝에 지동설을 내놓았지만, 교회권력은 그를 이단으로 몰아 종교재판에 회부하고 입에 재갈을 물렸다.


암흑의 시대에는 진실을 말하는 자는 이단으로 처단 받고, 오직 거짓과 음모 그리고 감시와 처벌만이 성행하게 된다.
하지만 갈릴레이가 “그래도 지구는 돈다”라고 했던 것처럼, 진실은 영원히 덮어둘 수 없다는 사실이다.


잘 아시다시피 지난해에는 천안함 침몰, 민간인 불법사찰, 영포 게이트, 한·미 FTA 졸속 협상, 예산안 날치기 처리 등 수많은 사건이 터졌다.

일이 불거질 때마다 정부는 국민들에게 진실을 공개하고 의혹을 해명하기는 커녕, 오히려 진실을 덮고 감추기에 급급해했다. 행여 드러난 꼬리를 붙들고서 몸통을 들여다보려는 사람이 있으면 곧 국가가 나서서 국민을 기소하거나 검찰이 나서서 공안사범으로 몰아버리는 행태가 일상화됐다.

국가를 감시해야할 주권자가 오히려 국가로부터 감시를 받는 불행한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2010년 제주사회는 어떠했는가 반성해 보자. 작년 새로운 도지사가 취임하면서, 도정운영 슬로건으로 ‘세계가 찾는 제주, 세계로 가는 제주’로 정하고 그 비전으로 ‘도민이 행복한 국제자유도시’로 정하여 도장업무의 시동을 걸었다.


국제자유도시란 대체 무엇인가? 제주의 가치를 인정한 대한민국 정부는 제주도를 2002년 국제자유도시로 지정했고, 2006년에는 국방과 외교, 사법을 제외한 모든 행정권한을 제주 스스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특별자치도로 지정해 국내·외 자본을 활용, 핵심산업 개발에 심혈을 기울인다고 했다.

바로 인간, 환경, 지식 중심의 쾌적하고 풍요로운 모습으로 국제자유도시의 모습을 갖추게 된다는 것이다. 60여만명의 상주인구와 1000만명의 관광객이 자유스럽게 왕래하며 네거티브시스템에 의한 자유시장 경제논리가 가장 잘 적용되는 국제도시로 성장시키겠다는 의지이다.


그렇지만 지금 도민의 피부에 닿는 느낌은 전혀 딴판이다. 새로운 도정이 출범했지만, 도지사 주변에는 선거공신과 측근들이 자리를 꿰차고 앉아 ‘꼬리를 숨기지 못하였다’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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