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태풍 길목 '제주' 세계 시선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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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 제주를 비롯한 우리나라는 제15호 태풍 ‘루사’가 할퀴고 지나가면서 사상 최고의 피해를 보았다. 200여 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됐으며 복구비로 약 8조원이 소요될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에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과 유럽 등 전 세계적으로 강풍이나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고 있으며 그 규모가 해마다 늘고 있는 실정이다.
하늘의 뜻을 거스를 수 없듯 몰려오는 태풍이나 집중호우를 막을 수는 없다. 다만 날씨를 일찍 감지할 수 있다면 그에 대비해 피해 규모는 줄일 수 있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사후약방문식이 아닌 국가 차원의 예방책이 선결돼야 한다.
특히 제주지역은 위치상 우리나라의 최남단에 위치, 여름철이면 남쪽에서 올라오는 장마와 태풍의 길목에 서 있어 그 어느 지역보다 먼저 장마와 태풍을 맞고 있다.


▲ 지형지세·기후학적 위치

제주도는 하나의 한라산체로 이뤄진 타원형의 섬이다.
북위 33도10분에서 33도34분, 동경 126도10분에서 127도에 위치해 있으며 기후학상 아열대기후대와 온대기후대의 중간에 자리잡고 있다.

여름에는 태양의 북상으로 열대기단의 영향권에 들기도 한다. 겨울에는 북서쪽의 찬 대륙성 고기압의 영향을 직접 받지 않고 해양을 지나면서 약화되어 변질된 고기압의 영향으로 그리 춥지 않다. 봄, 가을에는 중국 화난지방에서 이동하는 기압골과 이동성 고기압의 영향을 받으며 남서 몬순의 영향을 가장 먼저 받아 장마와 북상하는 태풍의 길목이 된다.

한반도 내륙과 비교할 때 기온이 높고 강수량이 많으며 강한 바람이 자주 분다.
특히 대기환경이 매우 양호해 서쪽(중국)에서 대기오염물질이 날아올 경우 가장 손쉽게 점검할 수 있어 국가적으로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관심을 끌고 있는 곳이다.


▲ 연구·투자 활동

기상청은 정확한 예보를 위해 장마와 태풍의 길목인 제주에서 다양한 기상연구활동을 벌이고 있다.
기상청과 기상연구소는 호주의 에어로존데 운영팀과 함께 지난해 8월부터 모슬포에서 제주 남쪽 대기권을 중심으로 기상관측용 소형 무인 항공기인 에어로존데를 이용해 장마와 태풍 등 악천후 집중 관측을 실시하고 있다.

기상관측센서가 탑재된 에어로존데는 사람에 의한 관측이 어려운 해상 날씨나 장마, 태풍과 같은 여름철 악천후를 관측하는 데 활용되는 최첨단 기상관측장비이다.
올해에도 이 관측이 실시됐는데 에어로존데를 통해 조사지역 대기의 바람, 기압, 고도, 온도, 습도뿐 아니라 일사, 화학, 생물학적 관측도 가능해 제주도를 비롯한 한반도에 영향을 미치는 장마와 태풍을 예보하는 데 정확성 제고가 기대되고 있다.

특히 태풍과 장마의 움직임을 관측할 ‘고층레이다기상관측소’가 내년부터 연차적으로 예산이 투입돼 2005년 제주 동부지역에 설립된다.
현재 서부지역인 고산에 ‘고층레이다기상대’가 있으나 이곳에서 발사하는 레이더의 전파가 거대한 한라산에 가로막혀 제주 남부(서귀포)나 동부(성산포) 방향에서 다가오는 장마나 태풍의 움직임을 파악하는 데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이 같은 고산 고층레이다기상대의 한계성을 극복하기 위해 제주지방기상청과 기상청은 더 정확한 장마와 태풍의 움직임을 사전에 파악하기 위해 구좌읍 등 동부지역에 또 다른 고층레이더기상장비 설치를 계획, 2005년 완공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제주도는 한라산을 중심으로 해 4개 권역의 날씨가 큰 차이를 보이는 데도 그동안 한라산에 대한 날씨 연구가 부족했던 점을 감안, 지난해부터 한라산 영상 적설(積雪)시스템을 가동한 것을 비롯해 한라산 정상 부근의 기상을 연구하기 위해 자동기상관측시스템 구축을 계획하고 있다.

무엇보다 제주지역의 가장 큰 특성은 최남단에 위치한 것과 함께 사면이 바다에 둘러싸여 있다는 점.

제주 부근 해상의 기상을 파악하기 위해 제주기상청은 주변 등대에 자동관측시스템 설치를 비롯해 부이를 통한 해상 날씨(풍향.풍속.파고 등) 파악에 주력하고 있다.
서부 해역의 경우 겨울철에는 북서계절풍이 불면서 북부 및 남부 해역과는 또 다른 파랑을 형성하고 있어 이 해상에 대한 예보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기상 파악도 하고 있다.

이 밖에도 ‘서(西)에서 동(東)으로 움직이는’ 기후의 특성과 함께 제주지역은 장마와 태풍의 길목인 동시에 가장 깨끗한 대기를 자랑하고 있어 서(중국)에서 접근하는 대기오염물질의 이동을 파악, 대비책을 마련하기 위해 우리나라 정부뿐 아니라 전 세계가 제주지역의 대기와 날씨에 깊은 관심을 보이며 다양한 연구활동을 벌이고 있다. 더불어 지진에도 대비해 성산포, 서귀포, 제주시 지역에 감시체계를 마련했다.


‘날씨를 알면 돈이 보인다’는 말이 있듯 기상은 마르지 않는 자원이자 곧 경제이다.
기상기술은 아무리 사용해도 고갈되지 않고 그 어느 분야보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사회적 인프라이다.
그러나 기상은 우리에게 커다란 재앙을 초래하기도 하는 두 개의 얼굴을 가진 야누스적 존재이다.
이러한 기상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관리하느냐에 따라 기상은 국보 창출의 원천이 되기도 하고 회복할 수 없는 재앙을 부르기도 한다.
방송 뉴스의 말미, 신문의 한 귀퉁이에 나오는 날씨 정보가 우리의 생활을 지배하고 있는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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