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청와대의 신년 화두는 ‘일기가성(一氣呵成)’이다. ‘일을 단숨에 매끄럽게 해낸다’는 뜻이다. 그 전제는 국민과의 소통이다. 하지만 여당 기강부터 잡으려는 발상부터 노골적이다. ‘일을 잘 하겠다’는 신년 화두와 현실적 인식의 괴리감이 커 보인다. 해볼 만하면 인사실패로 다 까먹는 MB정부다.
▲제1야당인 민주당도 크게 다를 바 없다. 지난 주 국민들을 향해 벌인 행동은 어처구니없다. 4선 중진인 이석현 의원이 주인공이고 박지원 원내대표가 조연으로 나선 코미디였다. 이 의원은 공식석상인 의원총회에서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의 차남이 서울대 로스쿨에 부정 입학했다”고 폭로했다. 설상가상 박 원내대표는 “정확한 제보”라고 거들기까지 했다.
그러나 하루도 채 되지 않아 거짓으로 드러났다. 민주당은 “스스로 조사해보지 못한 상태에서 그런 발언을 한 것은 불찰이었다”며 사과했다. 이처럼 ‘아니면 말고’ 식의 무책임한 폭로 정치공세는 지탄받아 마땅하다. 민주당도 이번 헛발질로 지난해 말 한나라당의 정부 예산안 날치기 통과, 정 후보자 사퇴 등으로 올리던 기세를 다 까먹고 있다.
▲“정치는 속이 텅 빈 허업(虛業)이야. 50년 동안 정치를 하면서 내가 얻은 것은 하나도 없어. 기업인들은 노력한 만큼 과실이 생기지만 정치는 노력해 과실이 생기면 국민에게 드리는 것이야.” 올해 85세인 김종필 전 국무총리는 최근 신년 인사차 방문한 한나라당 지도부에게 ‘오십이지 사십구년지비(五十而知 四十九年之非. 50세에 돌이켜보니 49년을 헛되이 살았음을 알게 됐다는 뜻)’라고 했다.
지금 와서 남는 것은 뉘우침뿐이라는 JP는 “결국 허업이야”로 끝맺었다. 고사성어 정치의 달인답게 삶의 무상함보다 정치인 모두에게 환골탈태를 완곡하게 읊은 것이다. 잊혀 진 노정객의 신년 화두가 멋스럽다.
김범훈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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