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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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만영 제주한라대학 건축디자인과 교수>

신묘년 새해를 맞이하면서 종로 보신각에서 33번의 재야의 종 타종식이 있었고, 제주시청에서도 제주시장을 비롯한 시민단체 대표 등 33명이 용고 타고 행사가 열렸다.

33번의 타종은 ‘33천(天)은 동서남북 사방에 각 8계층의 하늘과 이 모두를 지휘하는 하늘인 선견성(善見成)이다. 우리나라를 세우신 국조 단군이 바로 이 선견성의 성주인 환인천제의 아들이다. 단군의 건국 이념인 홍익인간(弘益人間), 광명이세(光明以世)를 근간으로 인, 의, 예, 지로서 백성을 다스리고 교화할 것을 33천, 즉 우주 전체에 맹세한다. 또한 밝아오는 새해에는 우리 국민들이 33천민들처럼 건강하고 무병장수하기를 기원한다’는 의미이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사람이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로서 인(仁:측은히 여기는 마음), 의(義:부끄러워 할 줄 아는 마음), 예(禮:사양·양보하는 마음), 지(智:옳고 그름을 가리는 마음), 신(信: 인의예지를 보증하는 원리) 다섯 가지를 들고 있다.

이러한 뜻에 따라서 서울 둘레의 사방에 4대문을 세우면서 대문이름에 이들 덕목들을 나타내는 글자를 한자씩 넣어서 작명하였다.

그래서 동대문은 흥인지문(興仁之門), 서대문은 돈의문(敦義門), 남대문은 숭례문(崇禮門)으로 이름 붙이고 북쪽엔 숙청문 바깥에 홍지문(弘智門)을 따로 세웠다. 그리고 수도의 중앙에는 보신각(普信閣)을 세워 인의예지신 다섯 글자를 골고루 배치되도록 했던 것이다.

현대는 자본주의 사회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은 큰 힘이고 편리함을 가져다준다.

그러다보니 대부분의 사람은 어쩌면 돈을 벌기 위해 발버둥 치며 서로 경쟁하고 또 경쟁하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돈을 벌어야 좋은 집에 살고, 좋은 음식을 먹으며, 풍요롭게 살 수 있고, 아이들 공부시키고 잘 키울 수 있다고 생각하고 그것이 행복한 삶이라고 생각한다.

현대사회의 분위기가 ‘돈! 돈! 돈!’ 하다 보니 인간의 양심, 의무, 인격의 성숙함을 버리고 돈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물질만능주의가 정당화 되어버리는 것 같아 가슴 아프다.

예전에는 돈은 부족해도 가족간, 이웃간 정이 넘쳐나는 사회였는데, 지금은 부유해지면서 삶이 편해지기는 했지만 정이 없는 각박한 세상인 것 같다. 과연 이것이 진정으로 행복한 삶인가?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을 벌고 잘 사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보다 더 중요한 것은 더불어 잘사는 것이다.

‘나만 잘 살면 되고 내 자식만 잘 되면 되고 세상이 어떻게 되든 나는 상관 안한다’는 생각은 매우 위험하다.

이러한 생각은 우리 사회를 망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에게 돌아올 것이다.

최근의 사건이나 사회 현상들, 즉 아내가 보험금을 받아내려고 남편을 청부살해한 사건, 30대 가장이 내연녀와 보험금을 받으려고 아내와 자녀들의 살해를 청부한 사건, 정치인이나 공무원 등 사회 지도층의 뇌물수수 사건, 학생들의 집단 괴롭힘 및 그로 인한 자살, 집단 이기주의식 반대집회, 조기교육과 사교육 열풍에 의한 사회문제 등이 그 반증이라고 여겨진다.

행복한 삶은 물질을 중시하는 마음만큼이나 인의예지신의 사람이 지켜야 할 도리를 우리 모두 잊지 않고 지켜나갈 때 가능하다고 본다.

새해를 알리는 타종식의 의미처럼 신묘년 새해에는 인의예지신의 인간의 도리가 넘쳐나 다같이 행복한 세상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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