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홀한 보석은 모래와 불순물의 합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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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 일자가 다가오면 예식장 예약과 귀금속 구매 등 문제 때문에 분주해진다. 이수일과 심순애의 사랑 애기에 등장하는 김중배의 마음이 실리지 않은 다이아몬드는 아니더라도 신부는 결혼 예물로 예쁜 보석에 마음이 끌린다. 그러나, 보석도 내용을 알고 보면 일반적인 화학물질의 장난의 산물일 뿐이다. 더구나 다이아몬드는 가열하면 이산화탄소라는 기체로 바람과 함께 사라질 뿐이다.

오팔(opal)은 이산화규소에 물이 최대 20%까지 포함되어 있는 물질이다. 이산화규소는 바닷가나 강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래의 주성분이며, 강에서 차돌이라고 부르는 흰색의 자갈에 많이 포함되어 있다. 이산화규소를 포함한 물질을 정제하여 가공하면 ‘현대산업의 쌀’이라고 불리는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규소(silicon; Si)를 얻을 수 있다.

오팔은 물의 함량과 불순물, 그리고 물이 포함된 작은 공간의 밀도와 크기에 따라 매우 다양한 색상을 뽐내는 보석이다. 황홀한 마음으로 바라보는 각도에 따라 이의 색깔이 바뀌는 것은 물이나 불순물이 포함된 작은 구모양의 공간에서 빛의 회절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마치 작은 무지개를 보는 것과 같은 아름다운 색깔을 간직한 이 보석은 10월의 탄생석(誕生石, birth stone)이라 칭해지고 있다. 돌 속에서 분수처럼 솟아오르는 찬란한 빛깔은 오팔이 아닌 다른 보석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돌 속의 수분이 발산해 버리면 다양한 색은 어느듯 자취를 감춰버린다.

이산화규소를 모체로 흔히 볼 수 있는 또 다른 보석은 수정이다. 이들 중에 자수정(amethyst)는 보라색을 띤 수정이며, 이산화규소에 불순물로 산화철이 포함된 결과이다. 산화철이 많이 포함될수록 진한 색을 띠며, 이 보석은 성실ㆍ평화ㆍ진실을 상징하는 2월의 탄생석으로 귀히 여긴다.

수정은 매우 독특한 성질을 가지고 있다. 수정에 기계적인 에너지를 가하면 전기가 발생하고, 전기에너지를 가하면 기계적인 운동을 한다. 크리스탈 시계는 수정의 기계적인 진동을 감지하여 시간을 표시해 주기 때문에 시간이 매우 정확한다. 이때 시계에 사용되는 수정은 인공적으로 합성하여 만든 크리스탈이 주로 사용된다.

매우 소중한 대접을 받는 보석이나 다이아몬드도 결국에는 우리 주변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 물질에서 태동한다. 흔한 화합물들이라도 결합형식, 불순물 첨가 여부, 빛의 작용 등 몇 가지 인자로 인해 어떤 것은 귀한 대접을 받고, 어떤 것은 천덕꾸러기가 된다.

보석 생성과정처럼 인간의 삶도 선택 경로에 따라 삶의 무게중심이 달라진다. 모래의 주성분인 이산화규소의 바탕이 이질적인 물질, 불순물을 품고 수없는 시간 동안 풍파 속에서 내면세계를 단련시킨 결과로 호화찬란한 한 물질이 이 세상에 출현했다.

우리도 의미있는 한 생각을 가슴 속 깊은 곳에 은밀히 간직하고 꾸준히 가꾸면, 그것이 훌륭한 씨앗이 되어 싹이 트고 잎이 펼쳐진 후에 꽃이 만개하고 열매로 승화할 것이다. 이것이 바로 인간 삶의 아름다운 보석일 것이다.

이처럼 과학을 알면 허황된 꿈을 버리고, 참된 인생의 삶을 직시할 수 있다. 그리고, 과학의 진수로부터 마음의 풍요로움을 구가할 수 있다. 우리는 과학을 먹으면서 생활하고, 과학의 터전을 한시도 떠날 수가 없다.
<제주대학교 화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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