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기억’
‘살아있는 기억’
  • 김범훈 기자
  • 승인 2011.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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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신묘년도 1월을 마감하고 있다.

토끼띠의 해 새 아침을 맞으며 새로운 각오를 다진 게 엊그제 같다. 비록 작심삼일(作心三日)이라도 했으면 열 번은 하고 남았을 터, 짧지 않은 시일이 흘렀다.

지난 한 달 동안 기억에 남는 일들이 무엇 있나 하고 생각해본다. 솔직히 술에 술탄 듯 물에 물탄 듯 그냥 그렇게 지내온 듯하다. 이름 하여 ‘죽은 기억’ 뿐이다.


우리말 속담에 ‘마음처럼 간사한 건 없다’고 했다. 그래서인가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하루도 뱉지 않은 날이 없었던 것 같다. 자책해보지만 이런저런 아쉬움이 많이 남는 1월이다.


▲민족의 큰 명절 설이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가족과 친지들이 한자리에 모이고 덕담을 나누는 명절을 맞으려니 새삼 그리워지는 얼굴들이 있다.


보름 있으면 선종 2주기를 맞는 김수환 추기경(1922∼2009)이다. 스스로를 바보라 칭하며 평생 낮은 곳을 찾았던 김 추기경은 우리시대의 어른이었다. 가난한 사람, 힘없는 사람들을 보듬으며 민주화의 버팀목으로 우리 곁에 함께했던 생애가 고귀하다.


법정 스님(1932∼2010)의 맑고 향기로운 삶도 우리 가슴에 또렷하다. 평생 무소유(無所有)로 살면서 그 누구보다 이 세상에 많은 유산을 남긴 스님은 꽃 피는 3월이면 열반 1주기를 맞는다. 스님의 말하는 무소유는 아무 것도 갖지 말라는 게 아니다. 탐욕을 버리라는 가르침이다.


▲지난 22일 ‘더 아름다운 길’로 떠나신 소설가 박완서 선생(1931∼2011)의 존재 역시 너무 따뜻하다. 언제 봐도 소녀 같은 수줍음과 늘 낮은 곳을 향하는 가슴으로 전쟁의 상처를 오롯이 문학에 담아왔다. 첫 장편소설 ‘나목(裸木)’처럼 아름다운 배려를 실천해왔다. 그가 국내 현대문학계의 ‘어머니’이자 ‘국민 작가’로 존경받는 이유다.


지난 14일 선종 1주기를 맞은 이태석 신부(1962∼2010)는 ‘한국의 슈바이처’다. 대장암으로 생을 마감하기 전까지 2001년부터 8년 동안 아프리카 수단 남부의 톤즈에서 신부이자 의사, 교사, 음악가로 불꽃같은 삶을 살았다. 그의 사후에 나온 다큐멘터리 영화 ‘울지마 톤즈’는 세상을 울린다. 작년 9월 개봉이후 거의 매진이다.


이들의 삶은 우리에게 분명 ‘살아있는 기억’으로 추앙받고 있는 것이다. “아, 이래서 임들을 그리워할 수밖에 없습니다”며.
김범훈 논설실장 kimbh@jeju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