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식 소통과 家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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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가(名家)의 내력을 보면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 무엇보다 ‘노블리스 오블리제’(가진 자의 도덕적 의무)를 솔선해서다.

그 대명사로 경주 최부자집이 자주 거론된다. 400년 동안 부와 명성을 쌓은 데는 자손들이 가훈(家訓)을 잘 받들었기에 가능했다. 가령 ‘사방 100리 안에 굶어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는 가르침은 마음 씀씀이가 얼마나 깊었는지를 엿볼 수 있다.

그러나 일반 가정의 가훈으론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 압도적이다. 최근 글로벌 기업들까지 ‘가정이 화목해야 회사가 잘 된다’며 ‘가화만사성(家和萬社成)’에 적극적이다. 직원들의 기를 살리고 가족을 배려하는 가족친화경영이 기업의 생산성을 높여주기 때문이다.

▲이제 가화만사성의 근간인 가정이 ‘즐거운 나의 집’으로 변신이 한창이다.

법무부가 2009년 3월 시작한 ‘가정헌법 만들기 운동’은 그런 변화를 읽을 수 있다. 가정헌법은 가족 구성원이 지켜야할 덕목을 정한 것이다. 일명 ‘21세기형 가훈’으로 불리면서 참여가정이 4000세대를 넘을 정도로 확산일로다. 이들은 가훈 키워드로 소통을 제일로 꼽았다. 2009년도 1·2·3위였던 사랑·화목·존중을 앞질렀다.

핵가족화와 맞벌이 부부증가로 인해 가족 간 대화부족이 갈수록 문제되는 게 요즘의 세태다. 가정헌법은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소통을 우선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가정 발(發) 소통은 기업경영에도 소통이란 신바람을 불러일으킬 것 같다.

그러나 대한민국 호(號)의 소통은 머나먼 얘기다. 어느 누구보다 국정을 책임 진 이명박 대통령부터 일방적이다. 지난 1일 TV로 생중계된 신년 방송좌담 ‘대통령과의 대화’만 해도 그렇다. 국정 운영의 문제점에 대한 진솔한 성찰이 없어 보였다. 심지어 독단적 인식이 곳곳에 드러난 좌담회였다는 평까지 나왔다. 이 대통령은 좌담회를 끝내면서 “앞으로 나부터 소통과 통합을 위해 노력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취임 후 일문일답식 신년기자회견을 한 번도 가져본 적 없다. 하고 싶은 말만 하고 듣기 싫은 소리는 듣지 않겠다는 식이다. 이른바 MB식 소통이다.

일반 가정에선 소통을 얘기하는데 권부에선 불통(不通)만 부르짖는 격이다. 새해 들어서도 감동의 정치는 요원한 느낌이다.

김범훈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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