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 투어리즘과 제주4·3
다크 투어리즘과 제주4·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김관후 4·3희생자유족회 사무국장/소설가>

제주4·3희생자유족회는 매년 청소년4·3역사기행을 실시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해에도 13학교 2004명이 제주4·3현장을 돌아보면서 “4·3이 뭐예요?”라고 질문하는 청소년들에게 아픈 제주의 역사를 각인시켰다. 제주4·3을 테마로 한 다크 투어리즘이 관광패턴으로 자리잡으면서 제주4·3평화공원도 역사기행의 대표적 명소로 부상하고 있다. 제주4·3과 연계된 사라진 마을, 학살터, 동굴은신처, 민간인수용소 등 597곳을 지정했다는 발표도 있었다.

다크 투어리즘(Dark Tourism)이란 무엇인가? 인간의 반인륜적 행위로 얼룩진 역사적인 비극의 현장을 방문해 자기반성을 하고 교훈을 얻기 위한 여행이 다크 투어리즘이다. 하지만 요즘은 비극적 역사의 현장을 재현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이상의 효과를 더하는 것을 일컫기도 한다. 방문하는 사람들로 하여금 희생자들에게 애도의 마음을 갖게 하고 더 나아가 두 번 다시 이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학습의 효과까지 더한 것이다.

이러한 다크 투어리즘이라는 용어는 1966년 처음 등장했지만, 2000년 영국 글래스고 칼레도니언 대학의 말콤 폴리(Malcolm foley) 교수와 존 레논(John Lennon) 교수가 공저로 펴낸 책의 제목을 ‘Dark Tourism’이라 붙이면서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다크 투어리즘이라는 용어 외에도 블랙 투어리즘(Black Tourism), 그리프 투어리즘(Grief Tourism), 역사교훈여행이라 부르기도 한다.

다크 투어리즘 목적지로는 미국의 그라운드 제로(Ground zero), 폴란드의 살인공장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캠프, 캄보디아의 학살공장 킬링필드, 일본의 히로시마 등이 꼽힌다. 모두가 인류에게 역사의 참혹상을 생생하게 알려주는 장소이다.

잘 아시다시피 그라운드 제로는 2001년 9·11 테러가 발생했던 월드트레이트센터 부지이다.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빌딩’으로 잘 알려진 지역이다. 테러사건 이후 건물이 폐허된 이곳에는 ‘프리덤 타워(Freedom tower)’가 세워졌다.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캠프는 2차 세계대전 당시 150만명의 유태인을 포함해 약 400만명이 학살당했던 폴란드의 살인공장이다. 킬링필드는 미군의 캄보디아의 공습으로 이어지면서, 6개월 동안 공습이 행해졌고 이러한 무차별 공격으로 인해 총 인구 800만명 중 1/4인 200만명이 희생당했다. 히로시마에는 1945년 8월 6일 4.5톤의 무게를 지닌 폭탄이 떨어졌고 당시 인구 34만명이었던 히로시마는 폭탄으로 인해 7만여 명이 사망하고 13만여 명이 부상당했다.

제주4·3평화재단은 작년 말부터 기념관에서 ‘잃어버린 마을’ 사진전을 개최하고 있다. 지금은 비록 사람이 살지 않아 황량한 모습이지만, 바로 그 가슴 아픈 현장을 사진작가 곽상필이 생생하게 담아냈다. 곽상필은 제주4·3현장이면 어느 곳이든 불편한 몸을 이끌고 달려간 장본인이다. 그동안 제주4·3연구소가 광폭한 시대에 빼앗긴 마을을 108곳이나 찾아내 도민들에게 ‘이것이 바로 제주 역사로구나’하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제주 근세사에 그렇게 녹이 슬고, 거멓게 현대사에 흙물이 든 마을들이다.

더불어 제주4·3평화재단은 북촌리너븐숭이기념관을 비롯 낙선동4·3성, 항일기념관, 섯알오름 학살터 등을 다크 투어리즘 관광장소로 연계해 홍보하고 있다. 지난해 제주4·3평화기념관을 방문한 학교가 전국 263개 이른다니 제주4·3유적지가 다크 투어리즘의 명소로 부상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한국의 대표적인 다크 투어리즘 목적지로는 2003년 2월 18일 발생한 대구 지하철 화재참사 현장인 대구시민안전테마파크와 2008년 2월 10일 대한민국의 국보 1호가 화염에 휩싸이는 사건이 발생했던 숭례문 방화사건도 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