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2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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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6년 베를린올림픽에서 고(故) 손기정옹은 마라톤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당시 기록은 2시간 29분 19초로 세계 신기록이었다.

현재 마라톤 세계 신기록은 2008년 9월 에티오피아의 하일레 게브르셀라시에가 세운 2시간 3분 59초다. 1936년 신기록과 비교하면 72년 만에 25분 20초가 빨라졌다. 평균적으로 계산하면 2년에 1분도 앞당기지 못한 셈이다.

손기정옹이 금메달을 딸 당시 육상 100m 우승자는 미국의 제시 오웬스였다. 1위 기록은 10초 2다.

자메이카의 우사인 볼트의 100m 신기록(2009년)은 9초58이다. 73년이 넘도록 육상 100m에서는 겨우 0.62초를 향상시키는데 그쳤다. 0.62초를 향상시키는 동안 지구촌은 얼마만큼 변했는가.

1936년 당시로서는 꿈도 꿀 수 없을 정도로 과학기술이 발달했다. 휴대전화를 통해 각종 게임을 할 수 있고 신문을 볼 수 있다. 해외에 있는 친구와 얼굴을 보면서 대화를 나눌 수도 있다. 0.62초 향상되는 동안 이뤄진 과학의 결과물이다. 그러나 이 0.62초는 과학 기술 발달에 못지않은 인간 도전의 결정체다.

73년이 넘도록 0.62초를 향상시키기 위해 지구촌 곳곳에서 사람들은 온갖 도전을 해왔던 것이다.

사람들의 도전이 없었다면 기록은 제자리를 걸었을 것이다.

제7회 카자흐스탄 아스타나-알마티 동계아시안게임이 지난 6일 끝났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은 금메달 13개, 은메달 12개, 동메달 13개로 3위를 차지했다. 이번 대회에서 끈질긴 도전 정신으로 메달을 딴 선수들에게 관심이 간다. 그 중 하나가 여자 크로스컨트리에서 1위를 차지한 이채원이다.

한국 크로스컨트리 사상 첫 아시안게임 금메달이다.

이채원은 동계체전에서만 금메달 45개를 딴 한국 여자 크로컨트리의 간판 스타다. 그러나 지금까지 세계의 벽은 물론이고, 일본과 카자흐스탄 등 아시아 수준도 넘보기 어려웠다.

그런 그녀가 이번 대회 여자 10㎞ 프리스타일에서 36분34초6의 기록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그녀가 한국 안 에서만 만족해 도전을 포기했다면 금메달의 주인은 그녀가 아니었을 것이다.

한국의 곽민정이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에서 동메달을 딴 것도 가치가 크다. 1999년 강원 대회 동메달리스트 이천군과 양태화(아이스댄싱) 이후 12년 만에 메달리스트를 배출했다. 남녀싱글에서는 25년 역사상 첫 메달이다.

이번 동계아시안게임에서 보여준 한국의 성적을 보면 마음 한곳엔 아쉬움 같은 게 있다.

제주의 실정 때문이다.

제주에는 장애인선수를 제외하곤 동계체전에 참가하는 선수가 사실상 전무하다. 장애인 선수와 시설도 초라하기는 마찬가지다.

제주는 2009년 제주체육 사상 처음으로 장애인동계체전에 참가했다.

출전 종목은 휠체어컬링. 당시 제주 팀은 2008년 우승 팀인 강원도를 맞아 선전을 펼쳤으나 3-14로 졌다.

지난해에도 제주 휠체어컬링 팀은 동계체전에 출전해 잘 싸웠으나 3연패했다. 그러나 당시 제주의 고은실은 스키 크로스컨트리에 출전해 4위를 차지하는 등 맹활약했다.

제주 휠체어컬링팀은 올해에도 도전할 계획이며, 고은실은 부상으로 도전 기회를 내년으로 미뤘다.

훈련장소와 훈련기구도 거의 없다시피 한 환경에서 이뤄지고 있는 제주의 도전은 아름답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누가 무슨 종목에 나서고 있는지 모르는 장애인동계체전. 누군가를 위해 새 길을 만들고 있는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도민들의 관심과 격려가 아닐지.<박상섭 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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