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난해야 할 것과 비난 받아야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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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중훈 前제주도문인협회장/시인>

신묘(辛卯)년도 벌써 2월, 음력설마저 엊그제 지났다. 새해 계획했던 일들이 잠시나마 잘 풀리지 않았다면 음력설부터라도 다시 시작해 보겠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한 순간이다.

오랫동안 못 만났던 지인이 육지에서 왔다. 지난해 말 30년의 공직생활을 마감한 소위 전직 지방 관료다. 설 연휴를 맞아 이제 다시 새로운 인생에 도전하기 위한 설계와 함께 오랜만에 가족들과의 시간도 가질 겸 찾은 제주여행길이다. 아직 정년이 4년이나 남았음에도 그는 명예퇴직자라는 이름으로 공직자의 자리를 훌훌 털고 나왔다.

남들은 정년을 다 채우고도 자리에서 떠나는 걸 못내 아쉬워하는데 왜 스스로 옷을 벗었냐고 물었다. 정년이 가까워질수록 남은 4년이 지나온 30년 보다 더 길게 느껴져서 그만 뒀다는 생뚱맞은 소리를 한다. 남은 4년 사이에 동료나 부하직원 혹은 주변의 잘못으로 본의 아니게 도중하차라도 하게 된다면 어렵게 버텨온 그간의 공적이 하루 아침에 날아가 버려 아름답지 못한 뒷모습을 후배들에게 보여줄 우려도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우리 지역에서도 지난달에 몇몇 공직자가 천직인 공직에서 아름다운 뒷모습을 남기며 떠나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흔히 공직자를 특수권력을 손에 쥔 선택된 자들이라고도 한다. 그래서 무릇 사람들은 그 권력이 아까워 쉽사리 관직이라는 옷 벗기를 꺼린다고 한다. 과연 그 권력이라는 것이 세인이 부러워할만한 무소불위의 권력인가. 아니다.

그들은 공직이라는 한정된 카테고리 속에 지역과 사회를 위해 때로는 자신과 가정마저 버리는 무한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 하는 국민의 공복일 뿐이다. 또 그 책무를 수행함에 필요한 최소한의 공권력을 수행할 뿐이다. 때문에 그들은 그 권력의 집행을 최대한 자제하거나 야속할 만큼 그 집행을 꺼린다. 그만큼 그 행위에는 책임과 의무가 따르기 때문이며 잘못 집행하면 자신의 신분상 결과와도 연결됨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남은 4년이 지나온 30년보다 길게 느꼈다’라고 말한 퇴직자의 자학적 의미가 이를 강변한다 하겠다.

한마디로 공직자는 자기희생과 봉사자의 신분에서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그러한 제주도 공직사회에 인사선풍이 불었다. 이를 두고 꽤 말들이 많다. 소위 ‘현직 도백의 측근입네’ 혹은 ‘전직 도백의 사람입네’ 하는 말들이 그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는 편 가르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입방아인 듯하다. 측근이면 어떻고 측근이 아니면 어떤가. 그걸 따지기 전에 해당 공직자의 능력과 자질이 그 직위와 직책에 맞는가, 아닌가를 논해야 하는 것 아닌가.

능력과 자질에 대해선 말이 없고 ‘측근입네’, ‘정실입네’라는 입방아만 무성하다. 능력과 자실이 부족한 자를 중용했다면 그건 당연히 비난받아 마땅할 것이다. 그 반대라면 그 또한 당연히 중용해야함이 원칙이다. 능력과 자질이 있음에도 측근이기 때문에 그 직을 부여해선 안 된다면 그건 제주도정의 미래를 위해서도 손실이며 해당 공직자에게도 불행한 일이다. ‘사려 깊지 못한 언행과 비판’들로 인해 제주사회는 또 얼마나 멍들고 상처받고 분열되고 있을까?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이는 공직사회를 공직자의 논리로 봐 주지 못함에서다.

공직자 아닌 자들의 잣대로 재거나 이해관계에 매달린 탓이다. 정치인들에게서나 있을 법한 일이다. 공직자는 공직자일 뿐이지 정치나 정치인은 아니다.

그들을 그들의 자리에 있게 할 때 제주의 미래 또한 약속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가 누구의 사람이건 우리는 그들이 성실하고 정직한 직무 수행을 바랄 뿐이다. 그리고 그걸 지켜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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