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밭 갈아엎는 ‘非양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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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수해로 집.가재도구.농작물.어선 등에 큰 피해를 당한 농.어민들의 아픔은 이루 말할 수가 없을 것이다.
그 아픔은 이재민들만이 아니라 모든 국민들의 마음도 비슷하다.

집중호우를 동반한 태풍 ‘루사’가 휩쓸고 간 풍수해 지역을 정부가 ‘특별재해지역’으로 지정해 주고, 언론사들이 의연금 모금 운동을 적극 전개한 것도 재해민들에게 피해의 일부나마 보상해 줌으로써 아픔을 나누고, 재기의 길을 터주기 위한 데 참뜻이 있었다.

지난 9월 말로 끝난 풍수해 의연금 모금액이 사상 최고였다는 사실은 바로 그러한 국민들의 온정이 실증적으로 반영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정부의 노력과 국민들의 이재민에 대한 ‘아픔의 나눔정신’을 왜곡하는 사례가 있다는 것은 또 다른 불행이요, 아픔이 아닐 수 없다.

물론, 모든 피해 농민들이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제주도내 일부 지역, 일부 농민들이 ‘특별재해지역’의 이점을 이용, 농작물 피해 보상비를 더 받아내려고 충분히 수확할 수 있는 멀쩡한 콩밭까지 갈아엎고 있다니 그들의 ‘비(非)양심’을 탓하는 한편 참으로 슬프다는 생각마저 든다.

특별재해지역으로 지정된 곳의 피해 농작물에 대해서는 대파비(代播費) 지원액이 월등히 많다. 일반 재해지역은 평당 367원이지만 특별재해지역은 그 갑절이 훨씬 넘는 892원이나 된다.

이를 노린 일부 콩 재배 농가들은 풍수해에도 불구, 70% 안팎을 수확할 수 있는 밭까지 갈아엎고 있다는 소식이다. 대파비를 지원받는 게 콩 수확으로 인한 수입보다 훨씬 이익이 되기 때문이다.

사실 풍수해 지역이라 해도 피해가 적은 콩밭들은 억지로 갈아엎을 게 아니라 농약비라도 지원받아 가을걷이를 하는 게 지역생산성을 위해서나 다른 수재 농민들을 위해서 바람직하다. 또한 그것이 재해 보상비를 둘러싼 지역갈등을 해소하는 길이며, 가난한 호주머니를 털어 수재 의연금을 낸 국민의 온정에 보답하는 길이다.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란 말은 꼭 농사만이 대본(大本)이란 말은 아니다. 농사짓는 자의 마음까지도 대본이란 뜻이다.

자식 키우듯 정성들여 가꾼 콩밭을 수확이 가능함에도 보상비 받는 게 유리하다 해서 매정하게 트랙터로 뒤집어 놓는 것은 농민이 취할 바가 아니다. 콩
한 알도 아끼는 마음이 중요하다. 앞으로는 이런 일이 없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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