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텔링에 도전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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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용준 희곡작가/제주문인협회 회장>

옛날 어린애들은 할머니가 들려주는 옛날이야기를 들으며 자랐다. 필자도 할머니가 들려주는 ‘곶감과 호랑이’ 이야기며 ‘설문대할망이야기’, ‘날개 달린 장수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난다. 


할머니들은 글을 배운 적은 없지만 할머니의 할머니로부터 이야기를 듣고 손자에게 전파하는 문화의 계승자요 훌륭한 이야기꾼들이었다.
근래 들어 ‘스토리텔링’이라는 말이 회자되고 있다. 스토리텔링이란 스토리(story)와 텔링(telling)의 합성어이고 스토리텔링을 하는 사람을 스토리텔러 즉 ‘이야기꾼’이라 한다. 우리시대의 할머니들은 뛰어난 이야기꾼들이었다. 같은 내용도 여러 번 들을 때마다 재미있게 각색하는 훌륭한 스토리텔러였다.


이 스토리텔링은 진화하여 여러 방면에 활용된다. 영화 ‘반지의 제왕’도 어느 마을에서 전해 내려오는 설화에서 비롯됐듯이, 많은 신화, 전설들이 영화나 만화, 드라마의 소재가 된다.
한동안 시중의 화제가 됐던 여자대통령을 다룬 TV드라마 ‘대물’은 박인권 씨의 동명 만화가 원작이고, 지금 인기리에 방송중인 ‘프레지던트’도 일본의 가이구치 가이지씨의 ‘이글’이라는 만화를 원작으로 하고 있는데 이 만화의 기본이 되는 게 스토리텔링이다.


또한 스토리텔링은 상업광고나 비즈니스 기법, 기업의 이미지 업그레이드에도 활용되고 있다. 과거에 상품 광고는 상품의 기능성이나 효능에 주안점을 두었지만 요즘에는 이야기를 만들어 시청자들의 감성을 파고들고 있다. 대표적인 게 피로회복제 광고이다.


그리고 전기 없는 오지에 전기를 가설해준다든지 병원선을 만들어 낙도 사람들을 정기적으로 무료 검진을 한다든지 하는 일들을 내세워 이런 일로 기업의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고 있다는 간접 광고로 기업의 이미지를 바꾸고 있는데 이게 다 스토리텔링의 범주에 속한다.


요즘에는 자그만 가게의 상품홍보에도 스토리텔링이 활용된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일도지구의 어느 소고기집을 갔을 때 자기 집 한우는 다른 집과 다르다는 것을 소개하기 위해 스토리텔링을 활용한 것을 본적이 있다.


헤밍웨이가 좌절에 빠졌을 때 수레바퀴에 짓눌렸어도 꺾이지 않고 일어서는 풀을 보고 자신감을 얻어 무슨 작품을 완성했다는 내용으로 자기 집 한우는 그 풀을 먹이고 키웠다는 내용을 현수막에 써서 벽에 걸어놓았다. 다른 한우와 차별화를 시도한 것이다.


또한 말을 배우는 어린아이의 교육 방법으로, 효율적인 학생의 학습 방법으로 활용되고 있는 게 스토리텔링이다.
똑같은 내용이 적힌 과제물을 주고 그것을 활용해서 이야기로 표현해 보라면 사람마다 다르다. 같은 내용의 유머도 말하는 사람에 따라 썰렁하게 들릴 때도 있다.
이것을 말재주, 말주변이 있다 없다고 판단한다. 훌륭한 스토리텔러가 되는 길은 말재주를 가꾸는 일이다. 말재주야 타고 나는 것이라 하지만 교육에 의해 얼마든지 습득할 수 있는 기능이다.


요즘 대학 평생교육원이나 문화센터 등에서도 과정을 개설해 스토리텔러를 양성하고 있다.
21세기는 문화 산업의 시대라 한다.
문화산업의 근간을 이루는 컴퓨터게임, 애니메이션, 만화, 영화, 대형 뮤지컬 등이 있지만 이들의 기본이 되는 것이 스토리다. 스토리텔링의 중요성을 깨닫고 정부에서나 지자체에서도 막대한 상금을 걸고 공모에 나서고 있다.


제주도에 지천으로 깔려 있는 신화, 전설, 민요, 서사무가, 자연환경 등을 활용하면 좋은 스토리를 만들 수 있다.
비단 응모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식들에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 줄 수 있는 자상하고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서라도 스토리텔링에 도전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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