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 전성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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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수 前 제주예총회장/시인>

“발리”하면 ‘축제’가 보인다.

지금부터 17년 전, 그러니까 1994년 6월에 인도네시아 ‘발리예술제’에 가볼 기회가 있었다. 4박 5일이라서, 30일간의 예술제기간에 비해서는 발리를 들여다보기에는 너무나 빡빡한 일정이었다.

하기야, 발리 섬에는 축제일이 따로 없었다. 조금만 묵으면 축제와 만난다. 발리 힌두에 따라 축제·기도, 악마나 재난을 없애기 위한 의식 등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도 보다 3배 정도 크고 인구도 약 280만명 정도의 큰 섬이기는 하나, 섬 전체에 2만개가 넘는 사원이 있어서, 각각 210일마다 돌아오는 오다란(건립 기념일)엔 어디선가 대대적인 축제가 매일같이 열린다. ‘오다란제’는 전야제부터 만 3일간 계속된다.

신들에게 바치기 위한 가물란(발리 민속음악·악기) 연주와, 와양꿀릿(발리 무용)이 계속 이어지면서 밤을 새운다. 축제 중에 발리여성들은 모두 파키안 아닷(정장·열대의상)을 입고, 과일이나 여러 가지 물감을 들인 떡을 고봉으로 쌓아올린 가보간(제물)을 머리에 이고 사원으로 올라가는 행렬은 형형색색 아름답다.

말 그대로 발리는 ‘신들의 섬’ ‘축제의 섬’인 것이다.

그 당시 우리나라 축제실정은 어떠했는가?

고작, 지역 대표성을 유지하는 선에서,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의 희소성으로, 그것도 민간 자생적 차원으로 치러졌으며, 우리 제주도도 달랑 ‘한라문화제(탐라문화제 전신)’ 하나가 제주예총 주최로 32회째를 맞아 치러지고 있을 무렵이었다.

그 후 지방자치 15년이 지난 오늘날의 모습은 어떠한가?

전국 지자체는 지난해 937개 축제에 2300여 억원의 세금을 썼다. 이 축제 가운데 728개(77.7%)는 지방자치제 도입 이듬해인 1996년에 새로 생긴 것이다.

왜 이렇게 늘었을까? 행정안전부 담당자는 “축제를 통해 지역 특산물을 소개 판매할 뿐 아니라 치적 홍보도 할 수 있어 지자체장 입장에서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생색 안 나는 복지사업 대신, 홍보를 위한 이벤트성 사업엔 세금을 펑펑 쓴다는 비난이 빈 말이 아니었다.

제주도는 어떤가?

제주도도 지난해 11월 23일 도의회에 제출한 행정사무감사 자료에서, 도내 축제는 2006년 50개에 달했으나 축제육성위원회 평가·심의 등을 거쳐 통·폐합이 추진돼 현재 29개로 줄어들었다고는 하나, 도의회 문화관광위원회 K의원이 분석한 결과 2007년 통·폐합된 것으로 분류된 24개 축제 가운데 8개 축제는 현재에도 개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이들 축제는 단지 축제육성위원회의 평가를 받지 않을 뿐 지금 개최되고 있는데도 통·폐합 축제에 포함되고 있으며, 축제 통·폐합에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또, 현재 제주도와 행정시, 읍·면·동에서 개최하는 축제도 모두 43개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으며, 이에 따른 축제 비용도 36여 억원에 달하는 등 소규모 축제 양산이 지속되는 것으로 분석했다.

한편,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지정·발표하는 올해 문화관광축제에서 제주도의 대표관광축제로 기대를 걸었던 두 가지 축제가 탈락되면서, 공무원들의 책임론이 대두되고, “전국에서 가장 차별화되고 특장화된 축제를 개발하라”는 지자체장의 이례적(?)인 지시가 떨어졌다 하니, 세상이 참 많이 바뀌긴 바뀐 모양이다.

한 해 한 번, 한 가지 축제도 진땀이 나서 행사가 끝나자마자 임기 1년의 예총회장직을 내동댕이치던 기억이 엊그제 같은데, 축제가 이리도 쉬워질 줄은 꿈에도 몰랐다.

바야흐로 ‘축제 전성기’가 들이닥친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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