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박 교수의 제주여성 장수 분석이 상당히 관심을 끈다.
“남성과 여성 중 누가 생활 주도권을 잡느냐가 장수의 중요한 요인인 것 같다.”
쉽게 말해 제주여성들이 타지방 여성보다 장수하는 것은 부지런히 일해 생활 주도권을 잡고 있기 때문이라는 말이다.
왜 그런 점이 장수의 비결일까 하고 의문이 드는 사람도 없지 않겠지만 제주여성들의 삶을 생각하면 누구나 공감이 갈 것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장수에 관심이 많다.
매년 수천만원씩 들여 외국에 가서 건강진단을 받는 사람들이 많고 몸에 좋다면 아무거나 다 먹는 세상이다.
제주도 전설에는 옥황상제가 사람들의 죽음에도 차례를 정해 억울함이 없도록 했다.
나이가 많이 먹은 순서로 ‘저승’에 불려갔다는 것이다.
그 이야기는 이렇다.
옛날 까마귀는 ‘저승’에서 기별을 가지고 오는 연락새였다.
하루는 이 까마귀가 저승 기별을 가지고 오다가 보니 밭에 말(馬)이 한 마리 죽어 쓰러져 있었다.
그것을 본 까마귀가 밭담에 내려앉아 보다가 기어이 그 말 죽은 밭에 들어가 이리저리 서성거리기 시작했다.
그때 한 마리의 개구리가 튀어나와 저승에서 물고 온 기별지를 물고 가버리니 까마귀는 저승 기별을 전해 줄 사람을 잊어버리고 말았다.
그래 할 수 없이 까마귀는 말 죽은 밭에서 나와 아무나 붙잡고 저승에서 부르니 같이 가자고 성화를 부렸다.
그러나 사람마다 ‘내 차례가 아니’라고 우겼다.
어떻게든 한 사람을 데려가기는 해야겠고 해서 까마귀는 기를 쓰다가 마침내 마음 약한 한 젊은이를 억지로 데려갔다.
그때부터 저승에 들어가는 질서가 깨졌다.
나이 차례로가 아니라 젊은이나 어린이나 순서도 원칙도 없이 까마귀 마음대로 저승에 가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까마귀는 하릴없이 말 죽은 밭에 들어가 구경이나 하는 한가한 사람들을 붙잡고 늘어질 수밖에 없었다는 이야기다.
이 까마귀 전설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점을 금방 알아챌 수 있을 것 같다.
오래 사는 사람들은 부지런히 일하는 사람들이고 장수의 비결이 바로 그곳에 있다.
박 교수의 제주여성 장수 분석이 새로운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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