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 일신(日新)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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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국망 10년 1919년 3.1운동에 한반도는 우렁찬 만세 소리로 꽉 찼다. 이에 당황한 일제는 유화정책의 일환으로 온건한 사이토-미노루(齊藤實, 해국대장)총독을 발령, 그는 1920년 문화정책을 표방하며 1면 1교제를 실시하는 조치를 내렸다. 일제의 방침에 따라 면소재지에만 공립학교의 설치를, 그래서 1923년 5월에 신우(新右)공립보통학교 개교를 보았다. 이는 애월읍 서부 9개리의 주민의 지원과 부담으로 이루어졌다.

선각자 백창유는 혼자의 힘으로 신엄리에 사립학교를 개설, 동부 10개리를 학구로 굳혔다. 백창유는 의사 장익준(의사 장시영의 부친)을 설득, 1922에 수보병원을 유치함과 동시에 학교설립의 큰 뜻을 헤아린 독지가 성여흥은 토지 3천 3백 평을 학교부지로 쾌척, 이에 김익수(하귀)를 학교장으로 초빙하여 1923년 5월에 학교 개교식을 거행, 교사는 백형석(제주 성내), 고자환(건입), 현호진(성읍), 백창식(신엄), 문창모(애월), 홍완표(귀덕, 백창유의 딸 백매자의 시아버지), 후루히라(古平, 일본인) 등을 전후에 걸쳐 채용했다.

특히 30년대 초에 제주농업학교, 제주보통학교, 사립 일신학교 등 ‘3개교 대항 축구대회’는 유명했다. 이는 일신교 아동이 비교적 고연령이기 때문에 가능했다. 당시 신문기사를 보면 선수들이 제주보통학교(현 제북교) 운동장에 모여 대회 출정식을 가진 다음 앞에서 나팔을 불고 북을 치며 남문통을 걸어 ‘과양-옛운동장’에 이르면 경기를 펼쳤다. 1937년 7월 중일전쟁을 일으킨 일제는 1면2교제로 박차를 가해 공립학교의 증설를 추진, 그래서 1939년 2월 1일 구엄공립심상소학교의 인가를 주었다. 일본인 교장을 임명치 않겠다는 백창유는 일신교를 자진폐교했다. 마지막 졸업식은 동년 3월 ‘구엄공립심상소학교 부설 신엄학교’ 교장 신토-아츠마사(進藤篤正, 일본인)에 의해 제13회 졸업식을 거행, 이때 강정(고성), 문두전(수산), 박추형(수산), 백윤아(소길) 등이 최후의 졸업생이다.

일제는 만주에 주둔한 관동군 7만여 병력을 제주로 옮겼다. 따라서 비농층(非農層) 제주인 7만을 한반도로 옮기는 강권 소개령이 발동했다. 그러면서 일본군의 결칠호작전(決7號作戰)에 의해 제주는 미군과의 싸움터가 될 처지에 놓였다. 그렇게도 사랑하던 고향을 등져 아는 이 없는 충남 논산으로 이주하는 길을 택했다. 다만 제주의 일은 딸 백매자와 사위 홍성대(귀덕)에게 맡기고, 간 곳은 수원백씨 중시조 백동림(동림은 아호)이 안장된 땅을 택했다. 먼저 충남 논산군 광석면 항월리 묘소를 찾아 분향재배했다.

해방 후 얼마 없이 1948년 4.3으로 구엄교는 소실, 모든 학교자료는 잿더미로 변했다. 일신학교의 졸업생 총수는 ‘수원백씨 동림공파 족보’에 “건설부장관 고재일(高在一; 광령) 외 780명(1회~13회)이다”라고, 비로소 졸업생수를 알게 되었다. 국회의원 김인선(신엄), 검사 이재만(신엄), 재일교포 변동규(상가), 재일교포 백정혁(신엄), 초등교장 강재윤(신엄), 중등교장 김창수(신엄) 등이 배출됐고, 교육장 강두화, 교육장 장중식(고내)도 재학 도중 전학했다.

그도 1948년 4.3사건으로 학교는 불탔다는 서글픈 소식을 들으며 동년 11월 17일 향년 60으로 타계, 논산군 은진면 공동묘지에 안장됐다. 눈을 감으며 머리에는 그리운 피붙이들로 가득했다. 둘째 아우 백창갑(1893)은 도일, 셋째 아우 백창우(1898)는 함께 논산으로, 넷째 백창훈(1903)은 일본에서 병몰, 다섯째 백창권(1905)은 재일교포 사업가로 병몰, 백창유의 외아들 일염(日炎)과 조카 일체(日彩)는 애월교 19회(1939년)로 졸업, 일염은 해사를 졸업 월남전에 참전해 해병 중령으로 전역, 그의 애국정신은 부친의 유훈이다. 손자는 의대를 졸업 손녀는 충남대를 졸업, 교사로 모두 조부의 큰 뜻을 이어가고 있다. <제주도교육의정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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