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명 주님께 맡기고 그를 바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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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우일 베드로 주교(57)가 8일 오후 2시 제주 중앙 주교좌 성당에서 천주교 제주교구 제3대 교구장으로 착좌한다.
천주교 제주교구에서 교구장 착좌식은 1984년 김창렬 주교 착좌식 후 18년 만이다.

착좌식은 교구장 주교가 정식으로 직무에 취임하는 의식을 말한다. 착좌식에서 교구 성직자들은 교구장 주교에게 순명을 서약한다.

이날 착좌식은 조반니 바티스타 모란디니 주한 교황대사를 비롯해 김수환 추기경, 박정일 한국주교회의 의장, 김창렬 주교, 한국 교구 주교 등이 참석한 가운데 1부 착좌 미사, 2부 축하식순으로 진행된다.

여기선 교황대사의 교구장 임명장 낭독, 김창렬 2대 교구장의 이임사, 강 주교의 착좌와 강론, 박정일 주교와 김수환 추기경 등의 축사가 이어진다.
착좌식을 앞둔 7일 오전 11시 제주교구장 집무실에서 신임 강 교구장과 인터뷰를 가졌다.

-제주엔 몇 번이나 다녀가셨는지요, 그에 대한 인상을 말씀해주십시오.

▲1986년 1월 주교로 서품되기 전에 피정차 서울대 교수 몇몇 신부랑 제주에 왔어요. 1월에는 서울이 춥기 때문에 따뜻한 곳에 가야지 하고 왔는데, 몹시 추었다는 기억뿐입니다.
그 땐 교구장으로 오리라 꿈에도 상상 못 했죠. 이게 제주와 첫 인연입니다.

유럽에서 유학할 때 제주교구 신부랑 친분도 있고 해서 제주는 그리 낯설지가 않아요. 제주사람 하면 풍랑에 맞서 강인하게 사는 이미지가 우선 떠오릅니다.

-성직자가 되신 동기는 무엇입니까. 성직자로 출발할 때의 계획과 결심을 얼마나 이뤘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좋은 학교 나와서 좋은 직장 갖고 가정 갖는 것도 좋지만, 세상을 위해서 보탬 되는 삶을 살고 싶다는 강한 바람이 있었죠. 집안에 할머니뻘 되는 수녀 한 분이 은근히 제가 신부가 되길 많이 기도했대요. 신학대학 입학 한 달 전에 성직자가 되기로 결심했는데, 그 수녀님의 기도 덕분에 사제가 되고, 무난히 사제생활을 하지 않았나 싶네요.

처음 성직자가 됐을 땐 (일본에 오래 살았기 때문에) 재일교포를 돌보며 살려고 했어요. 그러나 뜻대로 안 돼 서울대 교구에서 거의 살았습니다. 누구나 모든 사람이 계획대로 안 되는 게 인생입디다.

-하루에 기도는 몇 번이나 하십니까. 기도를 통해서 우리가 얻고자 하는 것은 진실에 눈뜨는 것이라고 합니다.

▲저는 주로 서울대 교구에서 성직생활을 했는데요, 돌볼 신부님이 740명입니다. 그래서 기도시간을 제대로 못 지켰는데, 하느님이 제주로 보낸 뜻이 기도 좀 하라고 하신 것 같네요.

신부님들이 편하게 한마음으로 일해 ‘일치의 구심점’을 이루도록 하는 게 주교의 중요 업무 중 하나입니다. 제주교구의 신부님은 35명이니 주교다운 일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행정가로서 주교보다 진정한 사목자로 일하고 싶어요. 사람 만나 대화하고 사귐을 갖는 목자의 역할을 하기를 기대합니다.

-줄곧 소외되고 가난한 사람들과 같이 해오셨는데요, 제주에선 어떻게 이들에게 도움을 주시겠습니까.

▲어디에나 가난한 자가 있어요. 제주교구에서 사회복지를 전담하는 이대원 신부도 만났는데, 그 업무가 장애인에게 치중돼 있더라구요.
가난은 여러 분야입니다. 그 분들을 위해 교회가 무엇을 할 것인지 찬찬히 살펴야겠죠.

-취임하시게 된 소감과 취임 후 사목 표어에 대해 말씀해주십시오.

▲제주사람들이 처음 만나면 무뚝뚝하고 사귀기가 힘들지만, 인정이 많다고 들었어요. 사람은 겉모습보다 속이 중요하니깐요. 제주도민은 속이 깊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과거 제주 역사가 도민에게 많은 고통을 경험하게 했습니다. 많은 고통을 받은만큼 속이 깊어진다고 생각해요.

사목 표어는 ‘내 생명 주님께 맡기고 그를 바라라(희망하라)’입니다. 주교로서 살아오면서 성서 말씀 중 제일 끌리는 곳이죠. 인간의 모든 죄를 다 짊어지고 십자가에 당신을 내놓으신 예수님의 생애, 그것이 신앙생활을 하면서 가장 중심에서 저를 끌고 왔습니다.

예수님은 하느님께 자신을 다 내맡겼습니다. 어디까지 따라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내 삶의 좌표를 여기에 맞추며 살아왔습니다.

-1901년 이재수의 난(‘1901 제주항쟁’ 혹은 ‘신축교란’ 등등 여러 가지로 불립니다) 등은 아직 진실규명이 되지 않았다고 봅니다. 이에 대한 견해를 듣고 싶습니다.

▲당시 어려운 국내 상황에 외세가 밀어닥친 복잡한 상황이었죠. 누가 잘하고 못했고 따지기가 힘듭니다.

그러나 부인할 수 없는 것은 제주사람이 여러 외풍에도 불구하고, 신앙을 이어왔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대단한 신앙의 증거이며, 제주교우가 긍지를 갖고 자랑할 수 있는 것이지요.

-한국평신도사도직협의회가 도덕성 회복을 촉구하는 ‘똑바로 운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사회지도층의 참여가 절실하다고 느끼는데요, 어떻게 하면 바르게 살 수 있을까요.

▲‘운동’이라고 했을 때 정말 성공하는 것은 어렵다고 생각해요. 제대로 운동이 열매 맺고 지속되기 위해선 운동을 시작하는 이(단 한 명이라도)가 미치고, 온 생을 바쳐야 가능합니다.

온전히 투신하지 않으면, 조직 홍보에도 불구하고 한 해 행사로 끝날 수밖에 없죠. 1986년 시작한 ‘한마음 한몸 운동’은 1989년 세계성체대회를 준비하면서 성체정신을 모두 한마음으로 실천하자는 의미로 추진됐습니다. 교회 외부로는 헌혈운동, 장기기증운동, 국내입양운동 등을 펼쳤는데, 이때 국내입양전문기관(성가정입양원)을 통한 국내 입양이 시작됐지요.
교회 내부로는 국내외의 어려운 이웃에게 원조를 했는데, 1989년 이후 40억원 정도 됩니다.

-9.11 테러 등 지구촌에서는 전쟁과 폭력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인간성 회복과 폭력없는 사회를 위해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어떻게 우리 삶을 곧추세워야 할까요.

▲사람들이 자꾸 울타리를 만들어 안팎을 구분해 대립관계를 만드는 데서 폭력이 발생한다고 생각해요. 이슬람이 연대해 미국을 공격한 이유는 지난 50여 년 동안 전개한 미국의 친 이스라엘 정책 때문입니다.

미국이 친 이스라엘 정책을 펴지 않고, 이슬람을 포용했더라면, 9.11 테러는 발생하지 않았을 겁니다.

-요즘 바깥 세상을 보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참 딱합니다. 정권이 바뀌어도 그 타령뿐이니, 국민이 정치에 실망할 수밖에 없지요. 과거를 돌이키면 과거엔 (문제를) 표면에 드러내지 않아서 그랬지, 더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문제들이 표면화되면서 우리의 부끄러움을 깨달으면서 세상도 전진하는 게 아닌가요. 너무 좌절하고 실망할 필요는 없지요.

-12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습니다. 바람직한 지도자는 어떤 분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지도자의 조건은 무엇일까요. 존경하는 지도자는 누구입니까.

▲노코멘트하겠습니다.

-제주도가 국제자유도시로 추진됩니다. 도민의 정체성과 문화지키기가 현안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제주를 지켜야 할까요. 또 제주도 발전을 위해 도민에게 한 말씀 해주십시오.

▲도민이 잘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도민의 정체성과 문화를 지키는 것도 중요합니다. 다른 나라에서 보면 가장 지역의 특성을 살리는 게 가장 세계화되고 보편적인 가치를 일구는 것이더군요.

지구촌이 세계화되고 가까워질수록 자기 정체성과 고유 문화를 보존하는 것이 곧 세계화에 기여하는 것이죠.

도정 관계자에게 국제자유도시를 추진해 무역 기능을 극대화하기보다, 제주의 역사.생활.풍습.문화를 잘 지킬 수 있게 노력하는 방법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어요. 개발 위주 정책을 펴 자연이 훼손되면 회복이 불가능합니다. 개발로 훼손되면 자자손손 이어진다는 것을 유념해야 합니다.

<교구장 약력>
△1945. 10 서울에서 출생
△1963 경기고, 1970 일본 상지대학 철학과 및 동 대학원 졸업
△1973 로마 우르바노대학원 신학석사
△1974 사제서품
△1975~1976 중림동본당 보좌신부
△1976~1977 명동본당 보좌신부
△1977. 1~1978. 3 서울대 교구 교구장 비서, 사목연수원 임원
△1978. 3~1980. 5 서울대 교구 홍보국장
△1980. 5~1985. 8 서울대교구 교육국장, 교구 참사위원, 사제평의회 위원
△1982~1984 한국천주교 전래 200주년 행사 섭외분과위원장
△1985. 8~1986. 1 난곡동 본당 주임신부
△1986. 2 주교서품
△1986. 2~1994. 4 서울대 교구 교육 및 수도자당담 보좌주교
△1986. 10~1994. 4 제44차 세계성체대회 사무총장 겸 한마음한몸운동 추진위원장
△1990~1994. 1 아시아 주교회의 복음화위원
△1994. 10 제9차 세계시노드 한국대표로 참석
△1994. 4~ 서울대 교구 교육 및 사목담당 보좌주교
△1994. 3~1998.10 가톨릭교육재단협의회 회장
△1995. 2~1999.2 통합가톨릭대학교 초대 총장
△1999 서강대 명예철학박사
△1999. 1~ 아시아 주교회의 평신도위원
△1999. 10~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위원장 및 선교사목주교위원회 위원장
△2001. 12 서울대 교구 총대리주교
△2002. 7.21 천주교 제주교구 제3대 교구장 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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