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인연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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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저에게 매우 뜻 깊은 날입니다. 이제 기자생활을 접는 정년을 맞게 됨은 그 자체만으로도 축복일 것입니다. 그동안 언론인으로의 삶은 제 인생에서 가장 보람된 시간이었습니다. 나름대로 제주도 환경의 가치를 인식시키고 공동체 구성원간의 소통을 위해 미력을 다해왔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해서 저의 작은 존재가 제주도민과 독자들 곁으로 다가가려했던 편린들을 더듬어 봅니다.
우선 1991년부터 1996년까지 연재한 <地脈-濟州의 風水地理>를 잊을 수 없습니다. 절해의 고도라는 척박한 환경을 이겨내려 했던 조상들의 숨결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제주 섬 특유의 적덕(積德)과 적선(積善)을 강조한 자생풍수에는 고개가 숙여지기도 했습니다.


▲1994년2월 언론사상 처음으로 대형 <숨골>의 존재를 알리고 무방비로 지하수가 오염되는 심층보도는 지금도 생생합니다. 각종 오·폐수가 숨골을 통해 땅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현장은 충격이었습니다. 숨골은 지표 바로 밑 크고 작은 현무암덩이로 이뤄진 작은 굴(구멍)을 말합니다. 곶자왈은 제주 생명수의 숨골입니다. 결국 숨골 보도는 곶자왈 보존운동의 효시가 된 셈입니다.


특히 1996년부터 1999년까지 연재한 <제주의 新동굴탐사>는 앞으로도 저에게 힘이 돼줄 또 다른 동인입니다. 비록 탐사과정이 힘들었지만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인 용암동굴의 진면목을 알리는 데 일조했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론 2009년12월 <동굴전문 김범훈 기자의 제주도 용암동굴 들여다보기>란 단행본을 발간하기에 이르렀습니다.


▲2003년10월부터 4개월 연재한 <국제자유도시 언어경쟁력>도 기억에 남습니다. 우리 취재팀은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런 일련의 모든 성과는 제주일보 가족으로서 선·후배들과 함께 소임을 다하려고 노력해왔기에 가능했다고 봅니다. 물론 도민과 독자의 애정 어린 질책과 격려가 큰 힘이 됐습니다. 참으로 고맙습니다. 하지만 일부 사려 깊지 못한 비평 등으로 상처받았을 분들에게는 특별히 용서를 구합니다.


오늘 칼럼을 끝내면서 ‘회자정리(會者定離) 거자필반(去者必返)’을 인용해 봅니다.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정한 이치이고 헤어짐이 있으면 반드시 만남이 있다는 뜻입니다. 부디 ‘좋은 인연으로’ 그리되기를 희망합니다. 김범훈 논설실장 kimbh@je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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