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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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유년 첫 날 새벽에 일이다.

회사로 고사(告祀) 지내러 아파트 현관을 나서기 전 아내가 물었다.

“당신, 올 해 목표가 뭐예요?”

웃음으로 아내 얼굴을 한 번 쳐다보는 것으로 답변을 대신하고는 서둘러 콜택시를 탔다.

연말 며칠간 쉬는 날 없이 술독에 빠지다보니 새해 목표는 생각도 못했던 것이다.

거리는 밤새 쌓인 하얀 눈에다 동장군 기승으로 꽁꽁 얼어붙어 있었다.

택시 운전사는 콜 전화가 예전보다 10%대로 추락했다면 어려움을 호소했다.

수입도 없는데다 심야 운전으로 건강이 말이 아니라고 했다.

하지만 귓전에선 여전히 아내의 물음이 맴돌고 있었다.

▲사람은 어디서 새해를 맞든 각자의 가슴 속에는 그해 1년 목표가 있다.

Mr. Beauty(예쁜 남성)이 있을 것이고, Ms. Strong(강한 여성)이 있을 것이다.

사람마다 각자 나름일 것이다.

이를 위해 무엇 무엇을 지키겠다는 다짐도 잇따르곤 한다.

하지만 다시 일상에 빠져 들면서 이 다짐은 눈 녹듯 잊혀져 간다.

‘작심삼일(作心三日)’이 단골 메뉴로 등장한다.

계획은 그럴듯하게 세웠지만, 실천은 흐지부지하는 게 보통 삶이다.

그러다 연말을 앞두면 지난 1년의 삶에 회한을 느끼곤 한다.

▲올 해도 어김없이 나이 한 살을 더 먹었다.

어느 새 불혹(不惑)인가 싶더니, 지천명(知天命)도 넘어섰다.

그러나 나이 4O에도 세상일에 혹하기가 일쑤더니, 50이 넘고도 이 짓이 그쳐지지 않는다.

먹어가는 나이에 부끄러움과 두려움이 중첩돼 온다.

한마디로 나이 값도 못하고 있는 것이다.

옛 어른들은 ‘오늘을 인생의 첫 날처럼’ 희망의 삶을 살라고 했다.

그리고 ‘오늘을 인생의 마지막 날처럼’ 주어진 삶에 충실하라고 했다.

오늘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라는 뜻도 함축된 말이다.

결국 아내의 물음에 대한 답변은 ‘나이 값을 찾아가는 해’로 정해봤다.

비록 고달픈 삶이지만 참고, 희망을 잃지 않으며 그리고 이웃과 함께하는 해이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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