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고 큰 눈동자와 흰 치아와 피부 그리고 앵두같이 붉은 입술 조용조용한 말소리와 눈을 다소곳이 내려 뜨고 앉아있는 단아한 모습이 흡사 예전의 곱고 단정한 우리네 규수(閨秀)를 보는 것 같아 가슴이 철렁한 적이 있다.
요즈음은 좀 달라지긴 했지만 예전에 중국에서는 딸을 아들보다 더 중시하는 경향이 있어 딸을 얻은 사람에게 “니 덜러 치엔진(得了千金)!(천금 같은 자식을 얻었군요!) 하면서 축하해 주었다고 한다.
끊임없는 전란으로 아들은 키워놓으면 전쟁터에 나가서 죽기 십상이지만 딸은 현금화가 가능했기에 그리했을 것이다.
딸은 땅이요 음(陰)이며 물에 해당하는지라 기실 사업하는 사람은 딸을 낳은 뒤 사업이 번창한다는 속설을 믿고 딸을 반기는 경향이 우리에게 있기도 하다.
예전에 중국 저장성 사오싱(浙江省 紹興)이라는 곳에서는 딸이 태어나면 곡주를 담가 뒷마당에 묻고 딸이 출가할 때 이를 개봉했다. 이 술이 바로 중국인들이 따뜻하게 데워 즐겨 마시는 사오싱주(紹興酒:차조로 만든 술)이다.
예전에 우리는 딸을 낳으면 마당 빈터에 오동나무를 심었다.
오동나무는 좀이 슬지 않고 가벼우며 견고하기에 딸이 장성하여 시집갈 때 베어서 장롱을 짜서 혼수로 보냈던 것이다.
생리가 시작되면 길게 딴 머리에 빨간 댕기를 드리우고 수시로 어머니가 몸소 여자의 몸가짐에 대해서 가르쳤다.
삼종지도(三從之道)와 다소곳하며 정갈함, 은인자중(隱忍自重), 눈을 살포시 내려 뜨고 말할 때나 웃을 때 크게 소리내지 않음 근실하고 검소함, 남편과 시댁에서의 처신을 차근차근 반복해서 교육했던 것이다.
지금도 어릴 적에 본 동백기름을 머리에 바르고 댕기 드리워 곱게 딴 헤어스타일의 단아하기만 했던 규수(閨秀)의 모습이 눈에 선연하다.
우리 조상들은 미인의 조건으로 이백(二白) 이홍(二紅) 이흑(二黑)을 쳤다. 살결과 이는 하얄수록 예쁘고 입술과 볼은 붉을수록 예쁘며 머리와 눈동자는 검을수록 아름답다 했다.
고로 검지 않은 머리, 검지 않은 눈동자에 대한 인식은 최악이었다.
얼마 전 금발이 우생학적 열성으로 번져나가지 못하고 200년 후에는 소멸될 것이라는 연구결과가 보도되었다. “우리네 여염에서도 노랑머리는 아들 못 낳을 상이라 하여 소외받았고 시집을 못 가 무당이 되곤 했다.
눈동자도 검지 않고 푸르면 맹인으로 알았고 눈이 파란 개마저도 기르기를 피했다(이규태 코너.조선 10월 4일자).” 근간 우리 주변에는 개성의 발로라면서 형형색색 머리염색은 물론이요, 여성들이 서구형의 미인이 되고 싶어 턱, 광대뼈 깎아내기, 쌍꺼풀수술, 코 높이기, 유방확대수술 등이 만연하고 있다.
머리염색은 모발과 모공을 상하게 하고 기타 수술은 수술중 사망하거나 후유증이 많은데도 왜 그리 극성인지 이해할 수가 없다.
예부터 동양의 전통미인의 눈은 쌍꺼풀이 아니었으며 동양인의 얼굴에는 금발이 도무지 어울리지 않음을 알아야 한다.
부산 아시안게임 북한응원단 및 취주악단 296명이 만경봉호를 타고 와서 다대포항에 정박 중이다.
빼어난 미모에다 화장도 요란하게 하지 않고 다소곳하며, 한복을 곱게 차려 입고 머리에 물들인 모습의 여성은 남쪽에서는 거의 증발해버리고 없는 추억 속의 청순한 옛모습의 처녀들을 보는 것 같아 마냥 가슴이 설레었다.
자신의 외양을 뜯어고치며 순수 자연파괴를 자초하고 있는 남한 여성들에게 귀감이 되는 게 아닌가 한다.
근간 서구인들이 결혼대상으로 선호하는 동양여성 중 태국 여성이 1위에 올라있는데 불심(佛心)으로 수양한 다소곳함, 남편에게 순종함이 그 이유라 한다.
남한 여성은 최하위로 보도되고 있다. 그래서 자고로 북여남남(北女男南)이라 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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