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의 보물인 실리카의 선물; 에어로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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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삶에 꼭 필요한 미래의 보석인 모래는 자신의 시간을 간직하고 있다. 모래는 오랜 시간 생명을 품고 기억을 새기며 그렇게 스스로를 만들어 왔다. 그래서, 모래는 산업의 발전에 크나큰 역할을 하는 이산화규소를 잉태했다. 이것은 인간 삶의 다양한 부분에서 다른 생을 영위하고 있다.

조개 안으로 들어온 모래는 조개의 연약한 살에 파고들며 상처를 만든다. 그러나, 조개는 고통을 참아내며 모래를 다듬어낸 결과로 아름다운 진주를 품게 되었다.

모래의 주성분으로 조용히 잠자고 있던 이산화규소, 즉 실리카(silica)는 인류를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유익한 물질이다. 이것은 엄청나게 큰 표면적을 가진 다공성 물질이다. 이 물질이 이렇게 넓은 면적을 가질 수 있는 것은 매우 작은 구멍들이 벌집처럼 망상조직(network)를 구성하여 하나의 알갱이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량의 물을 포함하고 있는 이산화규소, 실리카 겔(silica gel)은 1차 세계대전 때에는 방독면의 공기 흡입장치 부분에 포함되어 유독가스 및 증기의 흡착에 이용하였고, 2차 세계대전 때에는 부상병 치료를 위해 사용된 페니실린을 수분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수분흡습제로 사용하였다.

흰색의 실리카 겔은 독성이 없어서 수분 흡수력이 강한 시약을 보관할 때에도 이용하지만 육안으로 수분 흡수정도를 판별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실리카 겔을 제조할 때 수분의 흡수정도를 나타내는 신호등 역할을 하는 화합물을 소량 첨가하는 경우도 있다. 즉, 물의 흡수 여부에 따라 물질의 색깔이 달라진다. 수분을 충분히 흡수해서 수명이 다한 실리카 겔의 경우에는 약 150℃ 정도에서 수분을 증발시키면 재사용이 가능하다.

에어로젤(aerogels)도 수많은 기공을 품고 있는 이산화규소이다. 이 화합물 덩어리의 99%는 공기로 구성된다. 그래서, 이 물질은 아주 낮은 밀도를 가지면서도 매우 강하다. 반투명의 이 고체는 뛰어난 단열재이기 때문에 방화용 절연재로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 즉, 이것이 지닌 나노미터(nm) 크기의 무수한 구멍은 열 전달을 차단하고 충격을 흡수하는 데 탁월하다. 그래서, 이것은 추운 시베리아 지역이나 뜨거운 사막을 지나는 송유관을 감싸는 단열재 등 극한 환경에서 자신의 존재 가치를 유감없이 발휘한다. 현재 화학자들은 다른 원소들과 결합할 수 있는 에어로젤을 개발하고 있는데 이는 이 화합물의 특성을 변화시킬 수 있는 기술이다.

스타더스트(stardust)호는 NASA가 우주의 기원을 밝히기 위해 1999년 발사한 탐사선이다. 이 덕분에 에어로젤은 더욱 유명해졌다. 스타더스트가 영하 270도의 우주에서 총알의 10배 속도로 날아오는 알갱이들을 총알받이처럼 수용할 수 있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가벼운 고체로’ 칭해지는 에어로젤의 덕택이다.

자연이 간직하고 있는 모래는 인간의 삶을 윤택하게 가꾸어 주면서 정중동의 자세를 가르켜준다. 조개도 인간이 살아가는 방법과 방향을 제시해준다. 우리도 조개와 모래의 존재 가치를 생각하면서 조개처럼 고통을 이겨내는 내면의 힘으로 진주처럼 영롱하게 빛나는 생성물을 수확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삶의 보람일 것이다.
<제주대학교 화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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