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지 않는 피부질환-머릿니증(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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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왕 제주의대 피부과 교수
긴 머리를 예쁘게 땋아 묶은 8살짜리 여아가 엄마의 손에 이끌려 진료실로 왔다. 아이가 별다른 이유 없이 한 달 전부터 수시로 두피를 긁는다는 것이었다. 확대경으로 두피를 살펴보니 하얀 비듬 가루 같은 것들이 머리털에 붙어 있어서 혹시나 싶어 머리털을 몇 가닥 뽑아 현미경으로 확인해보니 아니나 다를까 머릿니였다.



3달 전부터 머릿니증에 걸려 고생했던 10살 여아의 가족들은 요새도 머리가 가렵고 마음이 불안하다고 호소한다. 이 여아는 머릿니증에 대한 치료를 시행 받아 증상이 없어졌지만 이젠 환아의 엄마와 14살 오빠가 문제이다. 엄마와 오빠의 머리를 면밀히 검사해봤으나 머릿니는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같이 생활했던 딸이 머릿니증에 걸렸던 것 때문에 일종의 기생충망상증이 생겨 실제로는 머릿니증에 감염되지 않았음에도 왠지 모르게 본인들도 두피가 가렵고 무언가 기어가는 듯한 환각을 수개월 동안 느끼게 된 것이었다.



1970~80년대 이전에 시골 아이들의 머리에 창궐했던 머릿니증이 요사이는 드물게 발견된다. 위생 환경이 개선되고 경제적으로 풍요로워진 현재에 이르러서도 머릿니증이 지속된다는 점은 생물유전학적으로 흥미로운 사실이라 할 수 있다. 인간을 숙주로 삼아 멸종되지도 않고 5백만 년 이상을 장생하고 있는 머릿니의 생명력에 재삼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수도권 지역에서는 초등학생 중 머릿니증의 유병률이 최근 몇 년 사이에 증가된 것으로 체감하고 있으나 이와 관련된 정확한 통계는 공표된 바 없다. 다행히 제주지역은 머릿니증의 유병률이 극히 낮다고 판단되지만 머릿니를 발견했다고 바로 병의원에 내원하지는 않기 때문에 실제 유병률은 파악하기 어렵다.

머릿니는 종특이 기생충으로 주로 사람에서 발견된다. 머릿니증은 주로 학령기의 여아에서 발생하며, 빗, 모자, 의복, 화장실 용품, 수건 등을 통한 접촉에 의해 사람에서 사람으로 전파된다. 머릿니 성충은 1달간 생존하는데, 암컷이 매일 4-6개의 알을 머리털에 낳으면 아교 역할을 하는 키틴질과 단단하게 결합하여 머리털에 부착하게 된다. 이 알들을 ‘서캐’라 부르며 머릿니증의 진단적 소견으로 간주하고 있다. 부화를 하지 않은 서캐는 흰색, 부화를 하고 난 서캐는 회색을 띤다.



머릿니증의 흔한 자각 증상은 두피의 가려움증이다. 이가 머리카락을 타고 움직이거나, 귀 주변, 두피, 목, 등 윗쪽에서 머릿니가 흡혈을 할 때 분비하는 타액 성분에 대한 과민반응으로 가려움증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때문에 특별한 이유 없이 머리를 가려워하는 아이들은 반드시 머리에서 서캐를 찾아볼 필요가 있다. 때로 긁어서 생긴 상처로 2차 세균 감염이 동반되면서 심각한 짓물과 함께 단단한 딱지가 머리털과 뭉쳐지거나 목과 뒷머리에 림프절이 커지는 경우도 있다.



머릿니증의 확진은 1-2mm 크기의 성충을 발견하는 것이 가장 확실하지만 성충은 두피에서 워낙 빠르게 움직여서 발견하기가 어려우므로 털에 단단히 붙어 있는 0.3-0.8mm 크기의 둥글고 하얀 서캐를 찾아 현미경 시야에서 확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서캐가 붙어 있는 위치에 따라 감염력이 있는지 판단하는 근거가 되는데 서캐가 두피에서 4cm이상 떨어져 위치하면 알이 부화된 상태이기 때문에 두피 쪽으로 더 이상 알이 발견되지 않으면 이의 증식은 끝난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특징적으로 서캐는 머리털에 단단히 고착되어 있어 손가락으로 당겨도 떨어지지 않으므로 두피에서 생성된 비듬과 쉽게 감별할 수 있다. 머릿니증과 감별해야 하는 질환들로는 두피 농가진, 지루피부염, 머리백선, 아토피피부염, 기생충망상증 등이 있겠다.



치료의 목표는 두피에 기생하는 머릿니를 모두 박멸하는 것으로 살아있는 성충을 포함해서 유충과 서캐를 모두 제거하고, 2차 세균 감염을 치료하는 것이다. 환자 뿐 아니라 온 가족이 동시에 온수로 목욕하고 옷, 침구, 수건, 모자 등을 세탁해야 한다. 옴 치료에 사용되는 성분과 동일한 도포액을 머리에 바른 후 1주 뒤에 다시 도포해야 하는데 약을 바르고 나면 포름산을 포함한 촘촘한 빗이나 참빗 등으로 서캐를 제거해주는 것이 좋다. 두피에서 4cm이상 떨어져 위치한 서캐는 더 이상 감염원이 남아 있는 것이 아니며, 머리를 깎는 것도 치료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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