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장학관 개관에 부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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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병기 농협중앙회 준법지원국장>

농협장학관이 서울에 문을 열었다. 농협문화복지재단이 400억원을 투입해 서울시 강북구 우이동에 건립했다. 학생 500명이 입주 가능한 초현대식 시설이다. 농협이 우수 농업인 자녀의 서울 유학생활을 지원해 농업인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고, 농업·농촌의 미래 인재를 육성하는데 밑거름이 되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지은 것이다. 입주 학생이 한 달에 15만원만 부담하면 학습 기자재와 욕실이 딸린 2인 1실의 깨끗한 숙소에 국산 농축산물로 만든 하루 세끼의 웰빙식사, 휴게실, 세탁실, 체력단련실, 전산실 등이 제공된다. 때문에 그 수준이 국내 장학관 중 최고라는 평이다.

민간기업이 특정학교에 기숙사를 지어 기부하는 경우나 지자체가 지역출신 학생들을 위해 서울에 기숙사를 운영하는 경우는 있지만 ‘민간 공익기숙사’는 농협장학관이 처음이라고 한다.

여기에 제주도내 농업인자녀 24명도 입주해 공부를 하고 있다. 전국에서 경쟁을 통해 모집한 것을 감안하면 결코 적은 인원이 아니다. 더구나 매년 제주도에서 운영하는 탐라영재관 입주 경쟁이 심해 지원학생 전원을 수용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농협장학관은 제주 농업인들에게 단비가 될 것이다.

요즘 대학생의 생활은 옛날의 캠퍼스 낭만과는 거리가 있는 듯하다.

당장 등록금이 500만원이 넘고 물가고 탓에 기숙사비와 책값, 통신비, 교통비, 식대 등 생활비를 대기가 수월치 않기 때문이다. 더구나 기숙사를 확보 못하면 하숙집이나 원룸을 이용해야 하는데 그 임대료가 서울 전세난과 맞물려 턱없이 올랐으니 지역 농업인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부모가 여유가 있으면 문제가 없겠지만 대부분의 농업인 자녀들은 학자금 대출로 등록금을 충당하고 생활비를 벌기 위해 시간당 5000원의 아르바이트를 위해 많은 시간을 투자하지만 남는 것은 빚과 고단함 뿐이다. 취업준비를 해야 하는 시간의 기회비용을 생각하면 진퇴양난이다.

먼 미래를 꿈꾸며 학업에 열중해야 할 대학생이 경제적인 현실 앞에 좌절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해당 학교 기숙사라도 배정이 됐으면 좋으련만 다 수용이 안되는 게 현실이다.

이러한 때 정부나 기업에서 제공하는 기숙사가 있어 지방학생들에게 편의가 제공된다면 학생은 물론 부모들의 시름을 덜 수 있다. 2001년 문을 연 제주탐라영재관에 매년 제주학생들이 몰려드는 것도 이를 반증한다.

따라서 농협장학관의 개관은 아들·딸들을 수도권에 보낸 농업인들의 부담을 한결 줄여 주고, 학생들에게는 마음 놓고 학습에 매진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줬다는 점에서 시의적절하고 의미가 크다고 하겠다.

농협문화복지재단에서는 대학생 기숙사 편의제공 뿐만 아니라 매년 인재육성장학생을 선발, 장학금을 주고 있다. 게다가 도내 각 농협별로 농업인 조합원의 대학생 자녀에 대한 지원을 통해 농업인들에게 큰 힘이 되고 있으니 다행한 일이다.

최근 정치권을 중심으로 복지논쟁이 한창이다. 무상급식에 대한 찬반논쟁에서 시작하여 보편적 복지니, 선택적 복지니 말들이 많다. 그러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환경에 예산을 투입하는 것은 당장의 비용이 아니라 먼 미래를 위한 투자이니 논란의 여지가 없다고 본다.

교육은 백년대계라 하지 않는가. 21세기 지식기반 사회의 핵심은 인재이다.

국내·외의 글로벌 기업들도 향후 뭘 먹고 살 것이냐는 고민에 던지는 화두는 인재의 발굴과 육성이다. 미래 인재의 중심인 대학생들이 부모의 경제력에 상관없이 마음껏 꿈과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정부는 물론 민간기업의 특별한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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