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마음을 다스리는 고향마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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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마루 어머님이 차창으로 달려든다./가을이 깊어질 때면 언제나 머무는 생각들/고달픈 님의 노랠랑 천년 솔에 걸어두자./가을은 여유가 있어 베푸느라 쉴 틈도 없지….

가을이다. 저렇게 드높은 하늘을 보았는가. 저처럼 파란 바다를 어디서 찾을 것인가!

어느 성숙된 알 수 없는 오름까지도 함께 보인다. 무심결에 와닿는 내심의 작은 소리들, 한 편의 시처럼 수채화처럼 뇌리를 스치며 지나간다. 누군가 그리워지는 가을이 온 것이다.

그리움 그리고 고향의 아름다웠던 추억들 옛 길도 한가롭게 마음에 들어선다. 그래서 가을은 추억과 사랑을 여물게 하는 풍요로운 계절이다. 옛 고향을 찾아야 한다. 이 가을과 함께 여유를 만들어야 한다. 사랑까지도 알밤을 준비하는 계절이어야 한다.

그런데 몸은 살져 있는데 마음은 가난에 쪼들린다. 생각은 앞에 있는데 생활은 딴 곳에 있음이 안타깝도록 슬프게 만든다. 하지만 젊음을 다하여 저 넓은 들녘을 걸어보아라. 내 삶을 다하여 못 다한 사랑을 찾아보아라.

석양이 하루를 이야기할 때 우리는 밤알을 헤아리며 고소하게 익어 가는 가을 냄새에 취하여 보아라. 네 어머님 적삼에서 풍겨 나오는 퀴퀴한 땀냄새에도 취하여 보아라. 거기에는 분명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깊은 추억과 사랑이 자리하고 있음을 의식하게 될 것이다.

가을은 역시 더없이 아름답고 풍요로움이 있는 계절이다. 맑고 고운 햇살을 받으면서 으쓱 뽐내는 저 들판 그러나 들녘은 결코 그런 것만은 아닌 것이다. 들녘에 서 있는 저 허수아비 허상이 그렇게 보인다. 고독 그 자체가 바로 쓸쓸한 가을의 면모를 그대로 대변하고 있는 것이다.

덧없이 흘러버린 세월 앞에 선 자신의 모습이 또한 그렇게 무상하고 허무한 것으로 보일 뿐이다.
우리 인간은 애초부터 불완전한 속성으로 태어나 세상을 걸어가고 있다. 덜 채워진 공간을 찾으면서 가야만 하는 운명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땀이 필요한 것이고 고통까지 체험하면서 살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빈터의 흔적은 언제나 존재가치를 지니게 된 것이다. 가을은 역시 수다한 마음까지 함께 어우러져 존재한다. 그래서 인간은 일상적인 삶과 예술 속에서도 ‘나’라는 존재와 함께 낮은 대로 낯익은 세월로 흐르고 있는 것이다.

머뭇거림 없는삶을 추스르면서 세월을 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것들이 바로 인생이란 것일까?

이제 우리는 깊은 가을을 맞이하고 있다. 저 높은 산과 저 푸른 하늘을 보면서 마음의 고향 마음의 향수를 찾아야 한다. 저 황금 들녘을 보면서 뿌듯한 나의 인생을 확인해야 할 때다. 흘러가는 저 구름을 보면서 천년 솔에 걸어둔 아름다운 추억을 만나야 할 것이다.

그래서 한 톨 두 톨 정겨운 이 가을을 묶으면서 어머님의 진한 사랑을 마음속으로 엮어야 하는 것이다. 과거는 괴롭지만 추억은 아름다운 것이라 했던가. 우리의 삶 아니 인생이 또한 그러한 것이리라.

여기에는 분명 우리의 고향인 나의 어머님이 살고 있을 것이다. 바로 여기에 사랑의 유토피아가 살아 숨쉬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주위에는 많은 악재들이 놓여 있다. 수재 때문에 고향은 지금 망연자실, 행정은 갈팡질팡, 정책은 오리무중, 교육은 사심 때문에 풍전등화…그래서 어머님 사랑을 그리워하고 있다. 때문에 아버님 기침 소리를 기다려보는 것이다.

예전에는 그렇게 기다려지던 명절인데 그리고 추억들인데 이제는 간 데 없어 쓸쓸하기만 하다. 이 가을에 우리 모두는 무소유(無所有)와 사무사(思無邪)를 공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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