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띠 안 맷걸랑…”과 “모다들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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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승련 제주도교육청 장학관.아동문학가
“안전띠 안 맷걸랑…”과 “모다들엉…”

코 조끄띠?닥친 일도 몰랑 사는/왁왁혼 시상 날이민 날마다 욜로 도르곡/절로 도르곡 댕겸주마는

배지근 혼일 호나토 엇저.

정체어시 허대멍 살아도/앞 못고리는 이 꼴랭이 인생 버친 삶 살당보난/ 야게기만 고느라졌저.

이 시는 김종두 시인이 제주어로 쓴 ‘사는 게 뭣산디’라는 시이다. 척박한 환경 속에서 이리저리 발버둥치며 살아도 제 앞가림도 못한 채 목만 가늘어졌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제주어를 잘 아는 사람이라면 시의 어휘가 주는 질박한 감정과 정서 속에 제주만의 문화와 삶의 모습이 절절이 베어 있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한탄과 자괴감, 그러면서도 인생을 관조하는 근면성이 절대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이 시를 온전히 이해하는 사람들은 과연 제주도민 중에서 몇 %나 될까.

얼마 전 신문지상에서 국어문화원이 제주 학생들의 제주어 사용 실태를 조사한 결과, 인지 능력이 매우 낮은 것으로 조사되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조사 어휘 120개 아운데 90% 이상 알고 있다고 응답한 어휘는 ‘아방(아버지)’(92.3%), ‘어멍(어머니)’(91.5%), ‘하르방(할아버지)’(90.5%), ‘할망(할머니)’(90.3%) 등 고작 4개에 불과했다고 한다.

유네스코도 지난 12월, 제주어의 가치를 인정했음인지 제주어를 ‘아주 심각하게 소멸 위기에 처한 언어(CRITICALLY ENDANGERED LANGUAGE)'로 분류한 걸 보면 제주도와 정부 차원의 대책이 시급하다는 걸 대변해주고 있다.

2007년, 제주도는 제주어 보전 및 육성 조례를 제정했지만 바뀐 게 별로 없다고 느껴진다. 그 내용을 보면 보전의 기본 계획 수립과 제주어심의위원회의 심의 사항을 정해두고 있긴 하나 명문으로만 접어둘 공산이 크다. 국어기본법 제14조 (공문서의 작성)에는 ‘공공 기관 등의 공문서는 어문규범에 맞추어 한글로 작성하여야 한다.’라고 제정하고 있듯이 아예 이 조례에 ‘제주도의 모든 공공기관에서 새로 도입되는 정책이나 사업명은 가급적 제주어를 살려 제정하여야 한다’라고 명문화하면 보다 효율적이지 않을까 싶다.

우리 교육청에서도 제주어 말하기 대회 등의 행사만으로는 학생들의 생활 속으로 파고들기에는 부족했음을 알고 급기야는 생활현장에서 직접 활용할 수 있도록 초?중등별로 제주어 교육자료를 발간하여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언어는 실제 일상생활에서 자주 쓰이거나 접하지 못하면 생명력이 점점 시든다는 속성을 간과해서는 안 될 일이다.

어느 날, 대도로변을 지나다가 유난히 눈에 띄는 현수막을 보았다.

"안전띠 안 맷걸랑 헌저 맵써!"

제주지방경찰청이 안전띠 착용 계도를 제주어로 표현한 그 문구를 보니 절로 반가운 웃음이 난다. 정감있고 설득력있게 느껴져 얼른 행동으로 옮기게 하는 신비한 마력을 갖고 있지 않는가. 우리 교육청도 ‘모두 힘을 합하여’라는 제주어를 사용하여 "모다들엉 학력향상"이라는 사업명을 내걸고 추진하고 있다.

제주어는 훈민정음 창제 당시 중세국어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어 국어사적 가치가 클 뿐만 아니라 제주문화와 역사의 산물로 제주 사람들의 정서와 사고방식을 반영하고 있어 제주인의 정체성 그 자체이다. 설문대할망, 빙떡, 올레, 정낭 등 이야기 할 때 제주어를 빼놓고 말 할 수 있을까.

제주어는 이 땅의 우리 조상들이 우리에게 가르쳐준 말이고, 외지에 나가서도 우리 고장 출신들을 하나로 끈끈하게 묶어주는 정의 매개체이다. 그런 만큼 제주어는 공공기관에서부터 의도적, 적극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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